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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드디어 새집으로 이사했어요
받는이 : 아빠
작성자 : 아빠의 큰딸 연이 2003-09-22
아빠!
엄마와 여러번 가보시며 여기 저기 살펴보셨던 아빠의 집에 드디어 이사했어요.
맨날 이사하면~ 이사가면~ 노래를 부르셨잖아요.
너무 좋더라구요.. 바람도 잘 통해서 시원하고 깨끗하고 조용하고..
몇달만 더 살으셨으면 그집에 같이 가잖아요.
그 좋은 집에서 하루도 못살아 보고 먼저 가시니까 집이 너무 허전하잖아요.
엄마와 아빠의 정든 집에서 짐정리할때 아빠 짐이 나올때마다 너무 가슴아팠어요.
생각보다 아빠 짐도 별로 없고.. 아빠옷은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불쌍한 사람들에게 줬어요.
그래서, 옷은 없었는데 아빠가 평소 아꼈던 옛날 사진기가 새것처럼 좋은게 나왔어요.
아빠 젊었을때 사진도 많이 있었구.

어제도 아빠 사진보여주면서 엄마가 눈시울이 빨개지시는데.. 그냥 모른척했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제가 꽤 정신이 강한가봐요.
이렇게 혼자 글쓰거나 혼자 길 걸아갈때 빼고는 눈물을 별로 안흘려요.
엄마 앞에서는 나쁜 딸처럼 눈물도 안흘리고 냉정한 딸이 되요.
그래도 괜찮죠?
아빠가 날 이렇게 강하게 키웠잖아요.
나는 강씨고, 장녀고, 우리집의 가장이라구..
그러니까 엄마랑 부둥켜 울고 엄마를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혹시나 나 미워하지 말아요.
그러고 싶지만 쑥스럽기도 하고 엄마 우시는 게 보기 싫어서니까.
엄마 눈시울이 붉어져도 모른척하고 다른 말하고 그러다보면 엄마도 그 말에 동참하시게 되고..
그러면 엄마얼굴이 평소 얼굴이 돼요.
그러다 재미있는 말이라도 하면 크게 웃기도 하시고요..
전 그 모습이 좋아요.
엄마 계속 웃게 할거예요. 절 믿죠?
혹시나 울지 않는다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10월 중순쯤 엄마랑 부산에 다녀올 생각이예요.
원래는 아빠랑 엄마 두분이 다녀오시게 하는게 제 계획이었는데.. 이젠 제가 아빠 대신이 되어서
같이 다녀올거예요.
부산 태종대, 범어사, 자갈치시장... 엄마 아빠가 고생하셨던 부산 이곳 저곳을 다 다녀올거예요.
물론 아빠도 같이 가는 거예요.
엄마랑 두분이 가시는거 제가 낀다고 미워하시면 안되요...또 좋은데 같이 많이 다닐께요

아빠!
거기 편하고 좋아요?
추석때 또 다른 술이랑 돈도 넣어 드렸는데 잘 드시고 계신거죠?
맥주나 소주 사드시라고 돈 넣어 드렸어요.
담에 또 드릴테니까 아끼지 말고 쓰세요.
혹, 필요한거 있으시면 제 꿈에 나타나셔서 말씀하세요.
돈 잘버는 딸 많이 이용하세요!
뭐든 해드릴께요.

아빠가 병원에서 잠 한숨 못 이루시며 잠깐 잠을 청하려던 저를 깨우셨을때 절 바라보시는 눈을 잊지 못하겠어요.
너무 가슴 아파요.
아빠..다신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더 건강해 지셔야 해요.
술이나 담배도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시고요.
다음에 또 연락드릴께요.
아빠의 새집으로 자주 오세요!
그리고, 엄마 아프지 않게..잘 지켜주세요!
아빠! 사랑해요!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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