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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가슴이 답답해요. 이런 제 마음 아세요?
받는이 : 우리 아빠
작성자 : 권태은 2003-10-30
아빠, 그 동안 지내시면서
산사의 단풍들을 많이 보셨나요?
저는 엄마랑 땡순이랑 아빠한테 갈 때마다
조금이나마 봤었는데....

벌써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 한달이 다 되가요.
이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 집을
겉도는 허전함은 아직 남아있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며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이예요.

아빠의 성격을 빼닮은 나는
분노와 슬픔을 감추고 살아요.
이제는 아빠를 잃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기보다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빠의 안녕을
빌고 싶은데....
왜 아빠의 가족들은 이런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요.


엄마에게 아마 전화벨 소리는 두가지 의미일 거예요.
엄마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 벨소리와,
엄마에게 아픔과 절망을 주려는 벨소리.

아빠의 누나라는 분은 모르고 있을 거예요.
몇 시간 전만해도 만질 수 있는 부드러운 살과
온기를 가지고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차갑고 딱딱해져 눈을 뜨지 않는 것을...
불러도 대답없고, 죽은 이에 대한 사랑만
가슴에 남아 숨쉴 수 없이 답답한 기분...
그 사람은 그걸 알까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나가고 있어요.
그런 괴로움을 제외하고서 우리는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는 학교생활을 하고,
엄마도 여전히 집안일이 산더미같고..
너무 예전과 다르지 않은 생활때문에
아빠가 보이지는 않지만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빠.
난 항상 말을 분별있게 하는 사람이 될거예요.
스스로 흐리멍텅해지고,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죽은 사람에게 더 괴로움을 안겨주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겠어요.

아빠 오늘은 이만 쓸게요.
이런 얘기 들으셨다고 우울해하진 마세요.
나중에 엄마랑 나랑 보민이가 잘하면 되는 거니까.
좋은 것만 보시고, 즐거운 일만 하면서
편히 쉬세요. 다음에 또 편지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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