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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사랑하는 나의 첫조카 태은에게
받는이 : 김태은
작성자 : 김혜진 2006-06-16
사랑하는 나의 첫 조카 태은아!

살아선 편지 한 번 주고 받지 못하다 이제서야 널 마주하구나
하느님도 야속하고 무심하시지...
아무리 급하게 널 쓰실 일이 있다한들
그렇게도 빨리, 아무 준비도 없이 데려가신단 말이냐.
여기서도 넌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텐데...
이 이모는 요즈음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내가 이럴 때 네 엄마는 어떻겠니
먹지도 못하고 수면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 드나보더라.
사는 것이, 살아야 하는 것이 지옥이겠지!
가엾고 측은한 네 엄마......
네 아빠한테 받은 고통이 그 얼마인데
다시 그 백배 , 천배, 만배가 되었구나


잘 생기고 의젓하고 너무나 든든한 내 조카. 태은이...

넌 태어 날 때부터 유달리 많은 사랑과 축복을 우리 모두에게 받았지!

네 아빠와 엄마가 모두 장남 장녀이어서
이 쪽, 저 쪽 집안 모두에게 첫 손자이자 첫 조카로
우리 모두는 널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고 싶어서 안달을 했었다.

광주 살 때 모처럼 목포라도 한 번 오면 네 할아버지가 외갓집 잠깐 가는 것도 무지 아쉬워하실 정도로...

우리 외갓집에서도 너 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가 너 좀 보고 있을려면 30분도 채 안돼 빨리 데리고 오라고 전화하시곤 하셨지.

네가 아기였을적 언젠가 안경을 갖고 싶어 하니까 장난감 안경도 아니고 진짜 안경을 안경점에 가서 사 주실 정도로 네 할아버지는 널 이뻐하셨다.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들 이모들 모두에게 넌 정말로 사랑스러운 손자이자 조카였지...(정말 그 어느 누가 널 사랑하지 않았겠니? )

세 살 때쯤 이었을까
송호리해수욕장에 갔을 때 넌 발가벗은 채로 종일 놀았지.
발가벗고 뛰어 노는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고 사랑스러워 우리 모두는 널 보며 너무 행복했는데
밤에 등 따갑다고 막 울어서 업어서 재우며, 우리의 무지를 자책하고 후회했던 기억(그땐 자외선차단제도 없었단다)

네 아빠 군대 갔을 때 경상도 영천이던가 거길 면회 갔었는데 집에 올 때 아빠와 안 떨어지겠다며 그 낭낭한 목소리로 “우리 아빠와 같이 살게 해주세요!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요!” 하면서 울어서 우리까지 모두 울게 만들었지...

또 한 번은
광주할아버지와 완도 놀러 갔다가 네 아빠와 광주할아버지가 의기투합하여 갑자기 제주도 가는 배를 무작정 타고 아무 계획도 없이 제주도엘 갔단다. 성산일출봉에서 너만 나무 울타리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말 옆에서 사진 찍었단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예쁜 네가 뛰어다니던 그 때 그 평화롭고 아름답던 모습 잊을 수 없구나!

완도 증조할아버지 댁에 여름휴가 갔을 때, 네가 3-4살 무렵이었던가 날도 무지무지 더운데 긴 바지만 입겠다고 고집부리던 일

송정리 공군부대 살 때는 조종사들이 입는 조종복바지 만을 입겠다고 했었단다.

그 땐 네 부모님도 이모도 다 가난했지만 행복했었지!

남화아파트에서 외삼촌 이모들과 살 때는
넌 우리의 작은 세상이었어.

천장에 나비 모빌 달아주고 좋은 음악 들려주고...... 요리조리 사진 찍고

유모차에 태우고 놀이터에 갔을 때 동네 사람들이 “아이가 예쁘네요”라고 말 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작은 이모와 난 이렇게 이쁜 애를 왜 아무도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지? 하며 무지 무지 속상해 했단다.( 그 땐 네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거든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예쁘다고 안했나봐)

너하고 살면서 너무 행복했었다.
네 예쁜 모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하나 하나 떠오르는 구나!
아직도 많이 많이...


2004년 봄, 가을 두 번 군대 면회 갔을 때 군복 입은 널 보며
이 이모는 너무도 의젓하고 이쁘게 잘 커서 너무 든든하고 좋았단다.
널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그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인사하고 싶었지

네가 좋아한 미선이도 네가 좋아해서인지 마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고 예쁘기만 했다. 둘이 행복해 하는 모습 보기 좋았고...

주문진횟집에서 동해의 맑은 바다 보며 생선회 먹고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 아래서 감자랑 고기랑 구워먹을 때 누룽지동동주가 네 입맛에 맞았던지 마당가에 있던 냉장고에 가서 자꾸 자꾸 동동주를 퍼오던 때가 바로 어제일 같은데


왜 넌 그리도 급하게 가버렸니?
네 엄마는 어쩌라고?

네 전화 한 통화에 모든 일 제쳐놓고 천리 길 마다 않고 달려가고
네 말 한마디에 위로를 얻고, 희망을 얻고, 사는 보람을 느낀 ...
널 보지 못해 늘 한쪽 가슴이 생살을 베어낸 듯
늘 늘 아렸을 네 엄마를 어쩌라고오......

이제는 그들이 조금 알까?
네 엄마의 마음을, 갈래 갈래 찢어진 네 엄마의 마음을...

사랑하는 태은아!
하늘나라에서도
네 재주 맘껏 펼치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있으렴!
우리 모두
머지않아 네가 간 길을 가겠지!
그 때 만나자꾸나
사랑하는 내 조카 태은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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