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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왜 저는 아버님 허물만 보았을까요?
받는이 : 李永秀
작성자 : 장남 2003-12-17
아버님 전상서

아버님을 화장한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오늘부터 한파가 몰려 온다고 하니,
만약 아버님을 매장하여 어느 산속에 모셨다면 얼마나 제 마음이 아팠을지 모릅니다.
그곳 아버님 아파트는 언제나 따뜻하고 여름에는시원하겠죠?

나이 들면서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는 하였지만,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주무시는 듯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아버님의 생전 소원이셨다면, 아마도 자식 힘들까봐 병치레 한번 없이 가신 것이겠죠?

제 나이 마흔을 넘겨 30년전, 아버님이 제 나이이실 때를 떠올려 봅니다.
저희 5남매와 고모,삼촌 두 분, 그리고 할머니...이렇게 대식구를 부양하시면서 항상 자신감으로 장남인 제게 커다란 믿음과 존경심을 심어 주셨죠?

지금 저 자신을 보면 아버님의 어깨가 너무도 커 보입니다. 딸 하나 키우면서 이렇게 아둥거리는 저 자신을 보면... 아버님의 모습은 큰 바위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나이 먹으면서 점점 아버님의 허물만 탓하고, 불평하고, 건방지게 그것을 고치려고만 했을까요? 한스럽습니다. 죄스럽습니다.
어머님을 너무 함부로 대하신다... 이런 저런 부탁으로 자식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 주위 이웃분과 사소한 일로 다투신다... 등등,

아버님의 성격과 관련되어 빚어지는 사소한 허물을 왜 그다지도 큰 잘못인양 아버님을 탓했을까요?

동생을 보면 '아버님 성격 그대로이다'고 형제들이 말합니다.
하지만, 한영이에게는 제가 그렇게 비난하지 않으면서, 왜 늙으시고, 약하신 아버님에게는 불만을 가졌던가요?
죄송합니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아버님 보다도 훨씬 못난 이 큰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이제는, 홀로되신 어머님을 제가 책임지고 아버님 몫까지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정은이 엄마가 아버님 화장하는 그 입구에서 아버님의 환영을 보았답니다. 천국으로 가시는 의자 옆에서 손을 흔드시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그말을 들은 저희 형제들은 너무나도 기뻐 탈상하는 날 마치 잔치 분위기였답니다.

저도 이번 주일부터 어머님 모시고, 정은이,처와 함께 교회를 다닐 예정입니다.
아버님도 어머님과 저희 형제들의 건강과 행운을 지켜 봐 주세요...

아버님, 큰아들 이제 아버님의 허물을 털어내고 큰바위의 모습만 볼 것입니다.
그모습을 저는 닮아 가렵니다.
정은이에게 당당히 아버님의 큰바위 모습을 보여 줄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님...

큰아들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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