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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그렇게...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5-09-01
어머니, 정혜, 창원이와 함께 찾아뵈었던 지난 일요일. . .
제 생각으로는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는것 같은데도
2주기 기일이후 한달만에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결코 잡을수도 없고, 또한 결코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녀석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청아비 앞에서의 묵념과 함께 알 수 없는 푸근함에 빠지기도 하고
새로워진 공원의 주변환경에 낯설어 하기도 합니다.
얼마되지도 않은 시간동안에 이미 적응이 되어서인지
그 낯선 환경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많은 느낌이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 . . .
언제부턴가 아버지를 찾아뵙는 일은
저희 가족들에게 그렇게 또 하나의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답니다.

이제는 꽤나 낯이 익은 몇 명의 유가족들
고인을 모시기 위해 침통한 표정으로 추모관앞에 도열해있는 유가족들
그런 모습을 보며 숙연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주위의 사람들
안치단앞에 쪼그려앉아 고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또 다른 유가족
아버지 사진을 보며 어딘지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어머니
공원을 방문할때마다 의무적인 태도로 여러가지 유의사항을 일러주는 직원들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사람이란 그렇게 또 다른 시간에 적응해가나 봅니다.

그러고보니 그 날은 술 한잔도 못 따라드렸네요. . .
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시던 술 한잔을 따라드리기 위해서는
이제는 조금 이른 시간에나 찾아뵈어야 한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이치이겠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란게 모두 제가 뜻하는대로만 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 .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 모습을 그려보며, 아버지 말씀을 떠올려보며
그 곳에서도 마음편히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는것 같아서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답니다.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을 변함없이 아쉬워하며
되돌아오는길에 식구들과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며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요 화제였습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알고보면 모두 세상 사는 이야기겠지요.
저희 가족들처럼 잘 뭉치기만 한다면
복잡한 세상사는 충분히 풀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아 참!! 어머니가 홍합을 좋아하시는지를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홍합을 안 먹어서인지 새삼 놀랬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한 가족들의 품이 왜 그렇게 푸근하던지 정말 흡족했습니다. . .

- 9월의 첫날 큰아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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