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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더 많은 걸 보고 배웠어야...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5-09-08
태풍으로 인해 마치 세상의 모든 잡티가 제거된것처럼
오늘의 하늘은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유달리 파랗고 높았답니다.
다음주가 되면 어느새 추석명절인데
파란 하늘은 왜 그리도 눈에 꽉 차던지...

주위의 다른 동료들을 보면 명절이 얼마남지 않아서인지
그동안의 감사의 표시로 이리저리 인사를 다니기도 하고
명절전에 일련의 상황들을 일단락 짓기위해 뭔가를 정리하는 한가한 모습들인데
저의 경우에는 제가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명절을 목전에 두고있는 지금 시점이 더더욱 눈코뜰새없이 바쁘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하면서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악에 받친 사람처럼...
결의에 찬 마음을 다져잡고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저녁때까지 업무를 진행합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야 할 것도 많고,
이것저것 지도해주기 위해 생각할 것도 많고,
제 자신이 직접 움직여서 해야 할 일도 많이 있습니다.
너무도 복합적인 그런 상황이 짜증스러워서인지
일하다보면 소리지르는 일도 많습니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채이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고
하루종일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리다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마치 깊은 늪에서 빠져나온듯 가뿐하기도 하지만
내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골치가 아프기도 합니다.
<일이라는건 부딪쳐서 뚫고 나가면 되는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이른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내일의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걸 보면
제가 사람이 되려면 아직은 멀었나 봅니다.
인내심, 끈기, 남에 대한 배려, 치밀한 생각, 폭 넓은 식견,
지구력, 강인한 체력, 겸손함, 합리적인 판단, 카리스마,
부지런함, 긍정적인 마인드, 대화기술, 열의, 하나라도 더 알고자하는 의지
이 모든 것들이 한 살 두 살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갖추어야 할 소양인것 같은데
이제는 제가 홀로 체득해야 하니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버지한테 더 많은 걸 보고 배웠어야 했는데...
그러지못해 아쉬운 마음 금할길 없습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눈부시도록 파랗고
정말로 끝없이 높기만한 파란 가을 하늘이 눈에 꽉 차기 시작하는걸보면
올해도 저는 변함없이 가을맞이 의식을 치르기 시작하는것 같습니다.
그 푸르른 가을하늘에 아버지 모습을 떠올려보며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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