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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정말로 우울한 현실이라는 생각을...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5-09-30
이제 9월말로 접어들어서인지 아침 저녁으로는 꽤나 서늘합니다.
어느덧 겉옷을 입고 다녀도 그리 낯설지 않은 시점이 돼버렸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참 빠릅니다. . . . .
이번주에 저에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동료의 부친께서 별세하여 상당히 먼 길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그로인하여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새로 생긴지 벌써 오래된 KTX열차를 처음으로 타보게 되었고
열차표를 발권할 때 역방향인지, 일반인지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적 충격이란 말이 결코 멀리 있는것만은 아니더군요.
구포역이라는 곳에서 하차하여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부산역 바로 전에 구포역이라는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밀양역 다음이 구포역이더군요.
내가 이렇게모를 정도로 지방을 돌아다닐일이 없나하는 회의감도 처음으로 느껴봤습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듣던바대로 KTX가 빠르긴 빠르더군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들녘과 논두렁이 완연한 가을임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작년초에 지방으로 이전한 회사 선배와 연락이 닿아 그 곳에서 만날수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꼭 한 번 놀러오라고 그렇게 많은 권유를 받았는데도
여러가지 이유로인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서로 헤어지게된이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답니다.
오랜만의 만남으로인하여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주요화제였습니다.
주고받는 이야기속에 새로운 삶의 방식도 듣게되고
시간상의 공백기가 언제 있었냐는듯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것이지만. . .
사람이 생활해간다는게 어떤 맥락에서는 서로 비슷한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친께서 별세하셨기때문에 이루어지게된 만남의 자리이어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오게 되어
그동안 제가 느끼고 겪었었던 어느정도의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지금보다는 훨씬 어렸을적 시점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지 못했던점이 참 후회스럽다는 말이
제가 말하면서도 다른 어떠한 것보다 더욱 크게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일에 있어서도 저의 뜻과는 무관하게 제가 먼저 경험하게되다보니
얼마되지도 않은 인생사에 있어 어느덧 선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우울한 현실이라는 생각을 제 자신이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 . . .
오랜만에 보게되는 무르익은 가을의 들녘과 푸르른 하늘로 기분이 산뜻해졌던 저는
서울로 향하는 새벽녘 기차에 몸을 싣고난후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며 어느새 허전해진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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