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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별 생각없이 바라보게된...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5-10-21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안부를 여쭙기 위해 찾아뵈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가기 직전 찻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바람에 흔들거리며 형형색색의 빛깔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늘 정신없이 대면하게 되는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을 접하게 될 때의 신선함은 그 날따라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조금 이른 아침이었지만 제를 올리며 술 한잔 올리고난 후. . .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 연기와 지방을 바라보며
왠지모르게 아무런 생각없이 넋놓고 앉아있던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많아서인지 몸이 퍼져버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뒷뜰로 나와 커피 한 잔과 담배 한개피를 즐기고 있으려니
저희 가족들이 모였을 때 함께 커피를 즐겼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항상 약간 높은 어조로 <야! 커피 한잔> 하자며 웃음을 짓곤 하셨지요. . . . .
아마도 커피보다는 가족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을거라 생각됩니다.

이른 아침이라 공원에 울려퍼지고 있는 라디오 방송소리와 평온한 분위기,
추모관 앞 주차를 위해 항상 서성이고 있는 제복 차림의 할아버지,
이곳 저곳 열심히 청소하느라 분주해보이는 아주머니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인해 한없이 서럽게 들려온던 어떤 유족의 애절한 울음,
어느 정도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아직도 공사중인 옥외 제례실,
추모관 옆 나즈막한 언덕의 나무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있는 사람들,
고인이 되어 안치단에 모시느라 서럽게 울고 있는 할머니와 그 옆에서 손을 꼭 잡고 있던 가족,
추모관 앞마당에서 뒷뜰로 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목조 구조물과 그 곳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뒷뜰에 무성하게 자라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된 호박꽃,
주렁주렁 열린 호박을 보며 신기해하는 또 다른 유족들의 모습,
널찍한 평상을 묵묵하게 열심히 닦고 있는 할아버지. . .
별 생각없이 바라보게된 주변의 이런 모습들이 너무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더군요.

가끔씩 자기 자신과 그 주변을 되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알게모르게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가 봅니다. . .
갑작스레 능숙해질수는 없겠지만, 갑작스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러한 모습을 갖추기위해 꾸준히 노력해야만 하는게 제게 주어진 숙제이겠지요?
항상 몸과 마음이 부지런할 수 있도록 아버지가 보살펴 주시길 . . .
항상 깨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아버지가 보살펴 주시길 . . .
언제나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 모습을 닮아가고 싶은 아들이 바랍니다.

편안히 쉬세요, 아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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