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로보내는편지
  • 하늘톡(모바일 SMS)
  • 유가족 블로그
  • 관리비
  • 게시판
  • 유가족준수사항

유가족광장하늘로보내는편지

하늘로보내는편지

부끄럽습니다. . .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5-12-08
부끄럽습니다. . . 아버지.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많은 눈이 내리고나서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그 추운 날씨를 탓하기도 하며, 온 몸으로 느끼기도 하며
찾아뵈었던 어머니는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이시더군요.
많이 피곤해보이시기도 하구요.
치아 치료 관계로 심신이 상당히 지쳐보였습니다.
제가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뵙고나니
가볍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 .
제가 바빠서 찾아뵐 여유가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기에도
부끄러워서 차마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 .
옥상에 올라가 김치독의 무우를 담아주시면서
올해는 당신께서 힘에 부쳐 김장을 하지 못해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김치가 없으니
조금이라도 담근 이 무우 김치라도 창열이네와 함께 맛있게 먹으라며
미안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 .
어머니 마음은 그러하지 않은데 모든 일이 힘에 부치는 당신을 오히려 탓하는
그 말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 .
당신께서 꽤 오랫동안 입 맛이 없으시다면서도
제가 좋아한다며 된장찌개를 끓여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저는 그 식사가 왜 그리도 맛나게 느껴지던지. . .
식사후 최근에 어머니가 마음을 졸이셨던 사정을 말씀하시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불찰이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 .
서로가 얼굴을 대면하고 이런저런 대화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아는 어머니는 정말 강단이 있으신분이셨는데
최근들어 여러가지 요인으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나 봅니다. . .
저의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원이가 많이 추울거라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가지고
그 추운 골목을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은
아마도 평생 제 가슴속에 화인이 되어 남을거라 생각되었습니다. . .

죄송합니다. . . 아버지.
제 자신이 힘들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주의깊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심신이 나태한 제 자신때문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불초한 자식의 모습은 정말로 끝이 없나 봅니다. . .
아버지의 너그러운 용서를 빌면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시길 바래봅니다. . .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보살펴 주시길 바래봅니다. . .
등록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