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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저 혼자 그렇게...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6-02-12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올라갔었던. . . . .
인왕산 뒷자락을 규식이와 함께 우연찮게 오를일이 있었습니다.
산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던 장소를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기억은 진짜로 몇 번 되지도 않는데
그 곳은 왜 그리도 제 기억에서 많이 지워졌는지. . .

제가 이 집으로 이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 주말엔가 저희집에 불현듯이 방문하셔서는
드라이브도 할 겸 얕은 산에나 오르자며 저와 정혜를 데리고는 그 산에 올랐었지요.
그리높지 않던 꼭대기는 올라가는 길이 계단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인지
저와 정혜에게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계단형식으로 이루어진 길, 길게 이어진 성벽, 군데군데 보이던 순찰초소,
서로가 멀찌감치 떨어져 오르던 가파른 길, 암자처럼 된 절. . .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 흘러간것 같은데
그 곳이 도대체 어디였었는지
그 인왕산 뒷자락으로 가는길이 어디였던지를
기억해내보려 애쓰기도 했고 궁금하여 물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그 곳의 반대편으로도 오를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힘겨웠지만 꼭대기에 다다르니
해가 질 무렵이어서 꽤나 괜찮은 일몰광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동안 공간의 미학을 감상한 후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제가 먼저 별 생각없이 내려가는 도중에
길게 이어진 성벽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움찔했답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에 의해 기억의 저 편으로 내몰려가던 그 곳이. . .
그 산을 찾아가는 길을 떠올리지 못하여
저의 기억력 그 자체를 한탄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곳이. . .
그렇게 제 눈으로 다가와 다시 안겼습니다.
(여기가 그 곳이 맞나보다)라는 의구심과 얼떨떨한 기분속에
계단처럼 된 길, 새로운 모습으로 길게 이어진 성벽, 확 트인 하늘을 보며,
초소순찰대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 주위를 자꾸 둘러보며
그리고 잠시서서 뒤를 한 번 돌아다보며
저 혼자 그렇게 내려왔습니다.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아 애타게 더듬어보았던 추억속의 한 단면이
이렇게도 우연찮게 찾아와 준 것에 대해 멍한 기분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길을 다시 밟으며
저 혼자 그렇게 내려왔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 느껴보고자하는 마음에
성벽에 기대어 시야가 확 트이게 만드는 그 넓은 곳을 올려다보며
크게 아버지를 불러보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었습니다. . .
그 쪽 방향으로 오르는 입구까지 내려오게되니 그 때 기억이 더욱 확연해졌습니다.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짧은 시간에 오르내릴수 있는 산이었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그 어떠한 계획이나 요량도 없이 오랜만에 흠뻑 느껴볼수 있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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