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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아버지 죄송해요...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아버지의딸 2006-02-20
아버지!
이제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채로 살아가는것에 익숙해진걸까?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살아갈수있는건지 내자신이 너무 싫어요.

금방이라도 죽을것처럼 괴롭고 못견딜것같은 고통들이 이렇게 흐르는 시간앞에 서서히 무뎌져가고 있음을 부인할수가 없네.(아버지 섭섭해?..)
사람들이 하는말이 맞나봐.
죽은사람만 불쌍한거라고..산사람은 다 살아간다고....나역시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참 엄마 우리집에 며칠 다녀가셨거든.
아버지 많이 보고 싶나봐.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자의 자존심인지 아니라고는 하지만 난 다 알지?
엄마가 조금만 애교있고 자존심버렸으며 아버지한테 참 많이 사랑받고 살았을텐데..
아버지.......
엄마도 그새 더많이 늙으신거 같아 마음이 아파.
잘 걷지도 못하고 허리도 더 많이 아프시대.
화자이모 아들내외가 손녀데리고 미국서 나왔대.이모도 다음달에 미국간다고 엄마가 미리 이모보고간다고 우리집에 왔어도 이모네가서 이틀이나 자고 왔어.박서방이 계속 편히 계시라고해도 왠지 편하지가않은가봐.
엄마는 너무 완벽하려해서 안된다니까..
적당히 못이기는척도 하고 또 조금은 눈치없는척도 해야하는데 ...
그러니 평생 아들네집에서도 잠 한번 못주무시고 오시잖아.
아들이 셋이나 있는데 내가 왜 딸네집에서 신세지냐!!!!!...그런생각이 강하신가봐.
요즘은 아들들 필요없다고..오히려 딸가진 부모가 더 호강한다는데...난 호강까진 못시켜드리지만 그래도 우리집이 며느리눈치봐야하는 아들집보단 훨씬 편할텐데..엄마는 그냥 당신집이 제일 편하신가봐.(우리엄마 참 자식福도 없지??)

아버지!~~~
엄마생각하면 맘이 안좋아.내가 그렇다고 외아들이랑살면서 시어머니도 안모시는데 우리엄마 모셔다 살수도 없는거고..
그렇다고 올케들한테 어머니 모시라고는 더말할수 없는거잖아.
학교엄마들 만나서 얘기해봐도 시어머니얘기하면 다들 진저리를 쳐.
왜 고부사이란 깨지지않는 불문률처럼 묘한 평행선을 긋고 가야하는건지...
뭐 가끔은 모녀지간처럼 잘지내는 고부간도 있다지만 글쎄..
그동안 아버지 병수발하느라 엄마가 너무 힘들었는데..이제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래도 엄마는 좀 편해지겠지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것같고..
그래도 아버지랑 함께 계실때의 엄마가 더 행복하셨을것도 같고...
엄마 좀 편하게 해드려야하는데 모두가 말뿐이고 아님 그저 돈으로나 해결하려하니,불쌍한 우리엄마는 또 왜 저렇게도 팔자가 편치않으신건지..

큰오빠는 도대체 왜 철이 아직도 안드는지 모르겠어.아버지 돌아가시고 좀 그래도 사람이 되나했는데 그때뿐이고 여전히 똑같은가봐.
여전히 아버지한테 했던것처럼 엄마한테도 그러나봐.맨날 돈이나 달라고 떼쓰고..
참 어이없고 챙피하고 화가나 죽겠어.
아버지...
저러다 엄마도 금방 아버지 따라가면 어떻게해?
난 요즘 자꾸 엄마가 너무걱정되서 잠이안와.
엄마는 당신 더 늙으면 자식들한테 피해안주고 유료양로원에 들어가실거래..말로는그러지만 엄마는 그게아니지.어느 자식이라도 함께살자고 모셔가길 왜 안바라시겠어?...
그걸 알면서도 어찌할수없는 내자신이 밉고 너무 죄송하고..아버지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엄마 잘 모셔야하는데 편하게 안외롭게 해야하는데 과연 어찌해야하는건지...
난 정말 아버지가 지켜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우리들이 풀어야할 숙제인것을 이제야 알것같애.
아버지!!
아버지도 너무 속상하지?불쌍한 엄마 저렇게 놔두면 안되는데..우울증도 심하고 몸도 많이 약해지셔서..
내가 뭘할수있는건지..정말 답이 안나와.
이것도 내 핑계일까? 아버지..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그치만 엄마 좀 어떻게든 해야하는데..집도 판다고 내놓으셨는데 요즘은 매매가 없어서 그것도 쉽지가 않은가봐.
집팔고 막내랑살면 좋은데 (엄마가 미옥이 제일좋아하잖아)..미옥이가 울며불며 난리났었대요.
막내가 왜 모시냐고..작은오빠가 모시면 좋은데 올케가 싫다할거고 ...난 박서방한테 말도 꺼낼 입장이 안되잖아.
참 사는게 왜이렇게 힘든건지..
아버지가 좀 지혜롭게 풀어갈수있게 해줘요.
오로지 엄마를 위해서 제발 좀 도와줘요.아님 큰오빠라도 인간 좀 만들어주던지..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서 그동안 아버지한테도 사연 못전하고 이렇게 오랫만에 편지쓰게 되서 죄송해요.
아버지....엄마 좀 건강하게라도 지켜줘.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수있게..알았지? 그거라도 해줘요.아버지가..
여기일은 내가 또 열심히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볼께요.
그럼 편하게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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