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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빈자리가 유달리 커보입니다...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6-03-17
아버지. . .
최근들어서 왠지모르게 아버지의 빈자리가 유달리 커보입니다.
조금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 .
어머니와 이야기 하다보면 결코 아버지를 대신할 수 없는 제 모습을 알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요.

다음주 월요일이면 어머니께서 지난번과 연계된 수술을 받기 위해서
또 다시 병원에 입원하실 예정입니다.
이미 한 번 행해졌던일이라 지난번보다는 덜 힘들어하실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머니는 많이 심난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기준에 입각해 제 자신 위주로만 생각한 내용을
어머니에게 여러가지를 말씀드린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버지가 곁에 계셨더라면 훨씬 더 듬직한 말벗이 되어드렸을텐데. . .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련의 상황들과
조그마한 생각의 차이로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그저 세대차이라고만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면이 많아
많은 대화를 통해 어느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던것뿐인데
제가 뜻하던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아니하고
이 시점에 괜히 어머니 마음만 더 혼란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현명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지는데
제가 섣불리 행동하여 어머니의 심기만 더 불편하게 해드린것 같군요.

제 자신을 낮추는 일부터가 상대방을 향한 진실된 이해의 시작일텐데..
상대편 입장에 서보고자 노력하는 일부터가 진정한 이해의 시작일텐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부터 대화는 시작되는 것일텐데..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되려면 저는 아직도 먼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 .
어머니에게는 지금 당신 심중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말벗이 필요하신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란 비록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을테지만
또한 비록 어머니와 티격태격하게 되는 일이 생겨날지라도
어머니와 함께 계속해서 이야기하며 난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옥상 평상에 앉아 어머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누군가가 있고 없고 하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생각에 골몰하게 될 때면
그리움이란 기약한바도 없이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저희들 곁에 다가온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결코 아버지를 대신할 수 없는 이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많은 힘을 주시고 보살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이 글로써 대신하고자 합니다. . . 편히 쉬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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