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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이 새벽의 고요함과 더불어...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6-03-24
아버지. . .
오늘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시어 시술을 하셨습니다.
지난번보다는 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잠도 오지않고 또한 특별하게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병실 보조침대에 앉아 아버지에게 사연을 띄워봅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주위는 조용하기 그지없지만
어머니는 잠이 깊이 못드시는지 뒤척거리고 계시답니다.
매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쓰던 편지를
펜을 들어 종이에 직접 글로 써보게 되니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시술후에 병실로 돌아와 잠깐 잠이 드신 어머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억세보이기만 하는 손, 유난히 깊게 보이는 눈가의 주름,
염색한 시간이 오래된듯 다시 희어지고 있는 머리결,
조금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얼굴. . .
어머니의 모습에서 문득 느끼게 되었던 세월의 흐름앞에
괜스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그저께 밤 꿈속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았다며
그 허전한 시선을 쓸쓸히 텔레비전으로 보내시던 어머니의 말씀에
저는 투정부리는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시술직후부터 목이 마르다고 하셨는데. . .
이 병실안이 덥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이불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뒤척거리시는군요.

잠을 이루기 쉽지않은듯한 어머니를 보채어
병원 로비에 내려가 이야기를 나누고 병실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작정하고 나누는 대화가 아니어서인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이 이런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잠도 청할겸 말벗이 되어드리는일도 제법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배가 좀 아프시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간호사에게 전하니
또 다른 링거 하나를 처치해주었습니다.
한층 여유있어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래도 많이 불편하지 않으시면 좋을텐데)라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제 한숨 자볼까봐)라는 이야기를 건네시며
잠을 청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 .

조그만 침대에 누워 이 새벽의 고요함과 더불어 아버지를 떠올려봅니다.
아버지. . .
어머니의 꿈속에 환한 모습으로 자주 자주 찾아오셔서
아버지를 너무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많이 위로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도 편안히 쉬십시요. . .

-2006년 3월 22일 새벽 3시 10분 병실에서 큰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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