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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광장하늘로보내는편지

하늘로보내는편지

어리광이라도 부릴걸 그랬습니다. . .
받는이 : 아버지
작성자 : 큰아들 창영 2006-04-13
날씨가 조금 흐리기는 하지만 조용하기만한 오후입니다.
정혜와 지금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서
책상에 앉아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사연을 써봅니다.
아직까지도 이런 고요함이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듯 흡족한걸 보면
제 마음같아서는 조금 더 쉬어도 될 것 같습니다. ^-^ ^-^ ^-^

아버지가 그 먼 곳 하늘로 가신후
많은 시간을 보내며 깨닫게 되었던 여러가지 중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아쉽게 느껴지던 점이 있다면. . . . .
저희 가족들 모두가 시간을 내어 단 며칠동안만이라도
함께 가족여행을 가보지 못했던 점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때 아버지 친구분들과의 모임에서 주최하는
여름 야유회 같은 행사에 참여하느라
온 가족이 하루일정으로 어딘가를 다녀온적이 있기는 하지만
비록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라도 가족여행을 다녀온 기억은 없더군요.
만일 그러한 가족여행의 추억이 남아있었더라면
다름아닌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을터인데
여행을 가서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은 더군다나 있을리가 만무하겠지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지 한 장의 사진으로써 어떤 한 장면이 무의미하게 남는게 아니라
그 때 당시의 기억이 조그마한 공간속에 남게 되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람으로서 기억력의 한계란걸 극복해볼 수 있는
더욱 많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생각의 한 페이지가 보존되는 의미있는 일이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이 정도의 나이가 되어 다양한 범주의 일상을 접해보니
제가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비록 먹고 살기에 바쁘고 힘드셨던 그 와중에라도
아버지에게 여기저기로 놀러가자고 어리광이라도 부릴걸 그랬습니다. . .
물론 그 당시였다면 비록 지금처럼
카메라가 흔하지 않아 사진을 찍는 일조차도 쉽진 않았겠지만
아버지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던 흐뭇함도 더 많았을것이고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여러가지 추억도 더 많았을것이고
게다가 이토록 아쉬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 .
사람이란게 꼭 지나고나서야 후회하는 일이
저만의 아둔한 일은 아닌거라고 다독거려 볼뿐입니다. . .

아버지. . .
자식들 건사하시느라 그 힘든 환경속에서도 평생동안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자신보다는 가족들을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시느라 평생동안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가정을 꾸려나가기위해 모진 세파를 헤쳐나가시느라 평생동안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아버지 살아생전에 제대로 한 번 말씀드리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못난 자식이 이제서야 짧은 글로써나마 대신해봅니다.

그 곳에서는 부디 이런 저런 상황에 얽매이지 마시고
하고 싶으신 일 하시며 편안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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