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당신께
- 받는이 : 김선현
- 작성자 : 허금자 2007-10-26
사랑하는 당신께
여보! 평생 처음 불러보는 여보라는 말을 이 편지를 통해 불러봅니다.
당신을 보낸 그날 가을하늘은 유난히도 청명하고 높기만 했소.
왜 그렇게 빨리 저 세상으로 떠나셨는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요. 십 년은 더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오. 당신의 헛된 욕망 때문에 나를 평생 걱정과 번뇌에 살게 했소.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원망이었을 뿐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돼요. 당신은 오직 나만 사랑하고 아껴주었는데...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간 것이 아니고 병원에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나에게 음식 하나라도 생선은 가운데 토막을 먹이고, 머리통과 꼬리는 당신이 드셨지요. 좋은 것은 나를 사다 먹인 것이 항상 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을까.
나는 당신이 알다시피 너무나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나, 어려운 것 없이 살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왔었소. 그런 모든 것만 보고 자라서 당신의 사랑은 비교가 안 되어 더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오.
여보! 미안해요.
며칠 전에 당신의 유품을 들여다봤는데 고등학교 정교사 자격증도 있드마. 차라리 교직생활이나 하면서 욕심 없이 살았으면 나에게 존경 받고 사랑 받는 남편으로 남아 있었을 텐데... 직장생활하면서 다른 사업할라 바쁜 당신은 늘 나를 불안에 떨게 했지요. 나의 아버지는 궁합이 안 좋다고 항상 걱정했는데...
당신은 너무나 나를 원했기 때문에 우린 결혼을 하였고, 지난 날 싸움도 원망도 많이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정년퇴직 후 당신이 재산을 다 없애고 경비 생활을 했을 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때가 나는 제일 행복했던 것 같소.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왜 그렇게 몹쓸 병에 걸렸을까. 수발하면서 지쳐 나는 당신에게 다시 몹쓸 사람이 되어야 했소. 왜 당신은 다시 나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게 했는지, 단 한 번도 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떠나버렸는지 너무나 후회돼요. 잘 해주지 못한 것이.
그러나 내 마음 저 구석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숨어 있음을 알게 돼요. 병원에서 입관 직전, 화장장에서 불이 들어오는 그 순간, 나는 오열하고 말았다오. 혜정이가 못 견디는 것을 보고 나는 당신이 원망스러웠다오. 자식들의 통곡소리, 손주들의 통곡소리, 옥선이 고모, 옥자고모 옥희고모 용기네 고모의 통곡소리 지금도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눈물이 나요. 이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까 걱정이오.
그러나 이 세상에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있지 않소. 그러니까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나를 사랑했던 사람. 여보 나를 용서해주세요.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을 죽는 날까지 괴로워하며 살게 될 나를 용서해줘요. 그리고 당신은 하늘나라 좋은 곳에 가실 거요. 나는 믿어요. 당신은 마음이 너무도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에게 이용은 당했지만 죄 짓는 일은 안해 봤으니까. 나는 알아요. 이 세상에서 못 누렸던 삶을 천당에서 누리고 살아요.
그리고 내가 가서 만나는 그날까지 그곳에서 편히 쉬어요. 나는 겁도 많고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소. 같이 그곳에 옥단지 속에 나란히 누워 있을게요. 내게 무서움을 주지 말아요.
그리고 자식들 하는 일 잘 되라고 몸 건강하라고 돌봐 주고 손주들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라고 축복해주세요. 그리고 나를 용서해주어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어요. 당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볼 거라고 믿어요. 당신은 나를 용서해 줄 거라고 믿어요.
여보 사랑해요.
많이 많이 못된 악처 드림
2007년 10월 18일 삼오날 아침 6시
여보! 평생 처음 불러보는 여보라는 말을 이 편지를 통해 불러봅니다.
당신을 보낸 그날 가을하늘은 유난히도 청명하고 높기만 했소.
왜 그렇게 빨리 저 세상으로 떠나셨는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요. 십 년은 더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오. 당신의 헛된 욕망 때문에 나를 평생 걱정과 번뇌에 살게 했소.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원망이었을 뿐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돼요. 당신은 오직 나만 사랑하고 아껴주었는데...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간 것이 아니고 병원에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나에게 음식 하나라도 생선은 가운데 토막을 먹이고, 머리통과 꼬리는 당신이 드셨지요. 좋은 것은 나를 사다 먹인 것이 항상 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을까.
나는 당신이 알다시피 너무나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님을 만나, 어려운 것 없이 살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왔었소. 그런 모든 것만 보고 자라서 당신의 사랑은 비교가 안 되어 더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오.
여보! 미안해요.
며칠 전에 당신의 유품을 들여다봤는데 고등학교 정교사 자격증도 있드마. 차라리 교직생활이나 하면서 욕심 없이 살았으면 나에게 존경 받고 사랑 받는 남편으로 남아 있었을 텐데... 직장생활하면서 다른 사업할라 바쁜 당신은 늘 나를 불안에 떨게 했지요. 나의 아버지는 궁합이 안 좋다고 항상 걱정했는데...
당신은 너무나 나를 원했기 때문에 우린 결혼을 하였고, 지난 날 싸움도 원망도 많이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정년퇴직 후 당신이 재산을 다 없애고 경비 생활을 했을 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때가 나는 제일 행복했던 것 같소.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왜 그렇게 몹쓸 병에 걸렸을까. 수발하면서 지쳐 나는 당신에게 다시 몹쓸 사람이 되어야 했소. 왜 당신은 다시 나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게 했는지, 단 한 번도 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떠나버렸는지 너무나 후회돼요. 잘 해주지 못한 것이.
그러나 내 마음 저 구석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숨어 있음을 알게 돼요. 병원에서 입관 직전, 화장장에서 불이 들어오는 그 순간, 나는 오열하고 말았다오. 혜정이가 못 견디는 것을 보고 나는 당신이 원망스러웠다오. 자식들의 통곡소리, 손주들의 통곡소리, 옥선이 고모, 옥자고모 옥희고모 용기네 고모의 통곡소리 지금도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눈물이 나요. 이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까 걱정이오.
그러나 이 세상에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있지 않소. 그러니까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나를 사랑했던 사람. 여보 나를 용서해주세요. 당신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을 죽는 날까지 괴로워하며 살게 될 나를 용서해줘요. 그리고 당신은 하늘나라 좋은 곳에 가실 거요. 나는 믿어요. 당신은 마음이 너무도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에게 이용은 당했지만 죄 짓는 일은 안해 봤으니까. 나는 알아요. 이 세상에서 못 누렸던 삶을 천당에서 누리고 살아요.
그리고 내가 가서 만나는 그날까지 그곳에서 편히 쉬어요. 나는 겁도 많고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소. 같이 그곳에 옥단지 속에 나란히 누워 있을게요. 내게 무서움을 주지 말아요.
그리고 자식들 하는 일 잘 되라고 몸 건강하라고 돌봐 주고 손주들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라고 축복해주세요. 그리고 나를 용서해주어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어요. 당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볼 거라고 믿어요. 당신은 나를 용서해 줄 거라고 믿어요.
여보 사랑해요.
많이 많이 못된 악처 드림
2007년 10월 18일 삼오날 아침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