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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천둥이 치고
받는이 : 아부지
작성자 : 혜정 2008-08-25
아부지 조금 전에 천둥치고 비가 왔어요.
아부지도 알고 계시죠? 제가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는 거.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요.
어젯밤 엄마와 혜남이 꿈에 오셨다면서요. 할아버지 제사 잘 챙기라고 당부차 오신 거죠?
근데 왜 그렇게 쓸쓸하게 오셨어요? 아버지가 쓸쓸하시면 저희들 모두 쓸쓸하잖아요. 할아버지 제사 정성으로 모실 테니 아부지 맘 푹 놓으시고 편안히 계셔요. 아직도 녹동, 오마도 바다가 그리우세요? 아부지를 거기 모시지 않아 속상하세요? 서운하세요? 저희들이 아부지를 자주 볼라고, 우리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계시면 위안이 되니까, 아부지가 보고 싶을 때 맘대로 갈라고 그랬다는 거 아시잖아요. 저도 늘 그곳이 그립답니다. 아부지랑 어렸을 때 다녀오던 곳, 공판장 차부에서 할머니가 울며 손짓하던 곳, 까치발로 오가던 논둑길, 어릴 적 바라만 보아도 가슴 시리던 겨울의 바닷가, 그리고 밤배 노래를 부르며 탔던 발동선과 작은 배 노저어 갔던 바다 가운데, 김양식장, 모래사장의 조약돌들... 할머니 가시기 전, 저 혼자 다녀오던 그 밤 할머니집 쓸쓸한 마당도 잊지 못한답니다.
아부지는 이제 자유의 몸이니까 언제라도 훨훨 다녀오시면 되잖아요. 말 타고 가시다 힘들면 하늘 날아 가시고요. 새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바다 건너 다녀오시면 되잖아요.

예전에 민철이랑 아부지, 저 셋이 오마도 갔을 때 못되게 굴어 정말 죄송해요. 목포에서 맛있는 거 사주시려고 그런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지금도 그 생각하면 가슴이 에입니다. 아부지가 아부지니까 다 용서하세요. 늘 용서하셨잖아요. 이런 말이나 하고 정말 나쁜 딸입니다. 그래도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하겠어요. 울아부지니까 하는 거지. 울아부지는 다 용서하실 거다, 고 믿으니까 살아갈 수 있는 거지. 그렇죠? 아부지가 그렇다고 대답하시는 소리 저 지금 들었습니다. 히히. 역시 울아부지라니까.

아부지, 우리가 자주 못 찾아뵈는 거 때문에 삐지시지 마시고요. 곧 찾아뵐게요. 저번처럼 막걸리 한 잔 드릴게요. 그날처럼 그렇게 슬픈 모습으로 가진 않을 겁니다. 씩씩하게, 씩씩하게 갈게요. 그럼 아부지, 편안히 계시고, 오늘밤엔 환한 미소 지으며 놀러오세요.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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