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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여보, 어디에도 없는 내 그리운 사람아...
받는이 : 내사랑나의우주
작성자 : 당신의아내 2004-09-14
여보!

내 사랑하는 사람!

당신에게 편지 쓰고자 앉은 이시간 아들 녀석의 잦은 기침 소리가 들려오네요.
며치 전부터 환절기 탓인지 기침을 하더니 오늘은 자면서도 자꾸만 기침을 하네요.

여보!

당신의 부재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던 녀석에게
차마 더 이야기 하는 것은 녀석에게 너무 가슴쓰린 일이 될 것 같아 아빠는 시카고에 있다고 해왔어요.

어린 녀석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 것 같아 처음 바보처럼 제게 사실대로 알리려 했던 내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적극적으로 아빠가 계심을 이야기해 왔었는데..

봄 다가고 여름 지나도록 그런 아빠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회피하더니
요즘 들어 부쩍 아빠를 찾네요.
가을 타는 엄마를 녀석이 느낀 것일까요. 가을 타는 엄마가 제게 소홀히 해서 빈 가슴을 느낀 탓은 아닌지 그래서 부쩍 아빠를 찾는 것은 아닌지 반성됩니다.

녀석에게 더 잘 해줘야겠어요.

여보!
나도 소리 질러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짐승처럼 본능으로 꺼이꺼이 울어 통곡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고요. 그러면 뭉친 가슴 조금이라도 풀릴 것도 같은데...

한데 차마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런 나를 보는 녀석이 무엇을 느낄까 싶어서 ...
내 안에 있는 어둠을 차마 녀석에 옮겨질까 두려워...

두 몫을 감당해야 할 엄마가 제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흩어진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아들 여린 정서는 기댈 곳이 어딘가 싶어...

당신 정말 미워요.
어떻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나, 당신 자식 낳은 여자를 이렇게 불쌍한 처지로 고통스럽게 해놓고 당신만 혼자 훌적 떠난다는 말이예요.

녀석은 어젠 아예 내일 아빠가 오셨으면 하고 내게 언제쯤 아빠가 오실 수 있나는 그렇게 물으면서 목소리가 젖어있었어요.
이게 뭐예요. 하나 밖에 없는 당신 귀한 자식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불쌍하게 해놓고 가다니요.

오늘밤은 당신이 너무 미워요.

찬송을 부르면 당신이 떠올라 눈물나고 기도를 드려도 눈물이 나고...
나는 어디에서도 아직 당신을 봅니다. 당신이 아직도 내 곁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추석이 다가오네요.
언제나 처럼 이번에도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형님네들 그리고 동서네.
모두 모인 자리 당신만 없음을 확인되면 또 얼마나 아파올까요.

생각같아서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적 떠나 여행이라도 하고 돌아오고파요. 하지만 우리 아들 식구들이 모이는 추석을 기다리고 있고, 식구들에게 당신 빈자리 나마저 떠나 더욱 쓸쓸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 같아...

여보! 울수도 아파할 수도 없는 고통!
가슴이 아파 아파 너무 아파서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고통입니다.

여보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당신이 너무 보고파...
아무리 눈물지어도 아무리 아파도 이젠 영영 대답없는 당신!

여보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미워도 미워도 당신은 내 사랑이고 당신은 나의 우주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과 함께 했던 세월이 정말 꿈인 듯하고 정말 내게 그런 시간들 있었던가 생각되어지네요.

여보 잘 있어요.
추석에 못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우리 아들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어서 못갈거에요.

다음에 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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