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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바보같이......
받는이 : 유경미
작성자 : 못난이 2003-09-08
시간이란 참 야속한 거 같아..... 그렇게 힘들고 죽을 거 같았는데.... 가끔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 시간의 흐름이란 것에 조금씩 둔해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잊혀져 가는 게 아닐까
두려워지곤 해........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너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남겨뒀는데..... 힘들단 이유만으로 그것들을
그냥 그렇게 묻어두는 것이 너무 미안하구나.....

웃음을 잃어가던 나에게 너 다가와 내게 웃음을 되찾아 줬었지.....?
진정한 행복이란 게 뭔지를 가르쳐주고 진정한 미소의 따스함을 보여줬던 너였는데.....
이젠 그 모습들이 희미해져 간다.....
잊으면 안되는데...... 매일 되뇌이며 너의 그 모습들을 간직해야 하는데........

수현이가 몰라보게 많이 자랐어....
이젠 좁쌀만한 새하얀 이도 자라고 아빠를 바라보며 건방지게 엄마라고 부르는구나....
녀석에게 아빠란 존재는 없나봐......
보는 이들 모두가 다 엄마일 뿐...... 그런 그 녀석에게 엄마의 자리는 비어있는데.......
녀석 이제 8개월 지난 놈이 뭘 안다고 가끔 사색을 즐기곤 하더라.....
너를 그리워함인지...... 2개월여 짧은 추억들을 곱씹어 보는건지......

이런 귀여운 아들을 두고 왜 그렇게 가버린거야....?
쉽게 눈이 감기던......?
하다못해 30이란 숫자라도 채우고 가지.... 뭐가 그리 급했던거야....?
야속한 사람아.... 냉정한 사람아..... 하지만 한없이 사랑스런 사람아......

이제 조금 있으면 수현이 돌이 돌아오는구나....
백일날 수현이 봤었니...?
못봤다면 이 번 돌잔치엔 꼭 와서 지켜봐줘.....
흡족하진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잘 키워갈테니...
돌잔치 땐 울지 않을께......
웃으면서 잘 치룰께...... 그러니 걱정말고 찾아와줘.....
네 자리 남겨둘테니......
우리 아들 행복하게 잘 살라고 덕담이라도 해줘야 하잖아....

바보같이.......
아직까진 힘드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무리인가보다........
그럼 잘 지내고 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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