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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낮은하늘
받는이 : 내사랑나의우주
작성자 : 당신의아내 2004-08-23
낮은 하늘

낮게 내려앉은 하늘.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밝은 햇살보다 차라리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집니다.

지독한 아픔에 온전히 나를 던져 두고 나면 차라리
편안해집니다.
그 아픔이 때로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고 두려움이면서도
다른 정서를 가지면
가신 님에 대한 미안함과
내 사랑의 허망한 의미에
또 가슴 저려집니다.

시처럼
영원히 영원히 가신 님을 기리며
그리움 속에 한 평생을 젖어 살다
다음 생의 아름다운 재회를 믿으며
끝끝내 그리움 속으로 빠져 살 수만 있다면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가 아니고
시처럼 살기에 내 의지는 너무 약하고 두려워
이리로 가슴 아팠다가 저리로 다시 가슴 아파지고
이리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다가 저리로 다른 의미를 찾아
허망하게 헤매어집니다.
끝끝내 발이 땅에 다여지지 않는 빈 마음.

밝은 빛을 그토록 소망하고 간구하면서도,
마음을 잘 다스려 슬픔의 강도가 잠시 여려지면
이젠 익숙지 않아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내 사랑하는 님과 영영 이별을 하고 마는 것 같아 싫습니다.
사랑하는 님의 몸은 내 곁을 갔지만
내 아픔 속에서나마
님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아파진대도 말입니다.
내가 보내면 그는 영영 소속이 없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가신 님에 대한 못다한 사랑을 그리며 가슴 아프고 두려운 것이
차라리 익숙한 정서이고 내게 알맞은 정서입니다.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흐린 날은
님이 나를 품어 내려 온 듯하여
님의 품에 안긴 듯 편안합니다.
지독한 슬픔이 올망올망한 작은 슬픔과 작은 희망들을 쓸어 버리고
온 가슴에 큰 슬픔이 파도처럼 일렁거려
숨막혀 오면
이제야
나는 님의 사랑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 편안해집니다.
아. 나는 내 님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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