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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광장하늘로보내는편지

하늘로보내는편지

당신을 떠나보낸 고모령 고개에서
받는이 : 심희숙
작성자 : 이재호 2005-12-15
여보

12월은 떠나는 시절인가
희건이도 며칠 집에 내려왔다
아르바이트한다고 오늘 다시 서울로 떠나고

이제 나도 이곳 대구를 떠나야 해

짧은 1년이었지만
사연도 많고 정도 많이 든 곳이었는데.............
아무 연고도 아는사람 한명없던 이곳 대구까지
병든 당신 태우고 불원천리
내려왔던 게 벌써 1년이네

내려오는 도중에도 당신 큰 일 당하면 어쩌나
처형하고 걱정하며 왔었는 데..........
당신 이곳에서 두 달 이상 잘 버텨주었었는데....

이제 이곳
- 당신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로 보낸 이곳-
대구를 떠나야 하네

당신 갈 때까지 잘 치료해준 파티마병원
그리고 간병해 주셨던 좋은 분들

그리고 내 일같이 도와주었던
우리 무열대 동료들

그리고 당신가고 없을 때
내 외로움 달래주고 격려해주며
많이도 정들고 좋은 인연 맺었던 많은 사람들
좋은 정 좋은 인연 모두 뒤로하고
새로운 임지로 또 떠나야하네

물론 가는 곳이 당신하고 나하고
우리 애들 어린 시절 같이 행복하게 보냈던
물좋고 산좋은 계룡대로 가지만...

이젠 나 혼자 가야 하네
나 혼자...............

여태껏 빈집에 혼자 잘 살아 와 놓고
오늘 희건이 동대구역에 배웅해 주고 오면서
괜시리 코끝이 찡해오고
새삼 또 혼자임을 느끼며
인간은 혼자 왔다 언젠가 또 혼자 가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괜한 외로움에 당신한테 넋두리해 본다

또 이사할려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맨날 정리 좀 해야지 하면서도 손도 못대고 있고
당신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어도
이사하는 게 힘들거나 어렵지 않더니
이제 남자 혼자 이사 준비할려니
답답하기만 하네

아내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것이었음을
오늘 또 한번 새삼스레 느껴지네

하지만 걱정마
내 항상 당신 염려 붙들어 매게 했잖아
잘 할께
또 그 놈의 세상일이 시간지나면 다 해결되더라

바깥바람은 차가와도
집 베란다 난들을 비추고 있는
맑은 햇살이 참 좋다

여보
수십번도 더한 이동이고 이사였지만
혼자되어 처음으로 맞는 일이다보니
괜시리 허전한 마음을
당신향한 그리움으로 승화시켜
이 편지 보낸다
이 편지 쓰면서 오늘따라 왜 눈물이 나냐
미안해

여보
바람이 많이 차다
당신 감기 조심하고
하늘나라 우리 정원 잘 가꾸고 있어

사랑해! 여보
보고싶다
사진이 아닌 진짜 당신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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