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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광장하늘로보내는편지

하늘로보내는편지

계룡대에서
받는이 : 심희숙
작성자 : 이재호 2005-12-23
여보
먼저 신고부터 해야겠다
지난 월요일 대구떠나 이곳 대전으로 왔다

올 때 추풍령넘어서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구나
당신 대구두고 떠나는 것 같아 착잡한 마음안고
조심스레 도착했다
도착하고 연 3일 계속 눈이 오네
잘 왔다고 축하한다고 당신이 내려보내는 눈인가
아님 당신두고 떠나왔다고 그리워 우는 눈물인가

17년 전 이곳에 올 때도 내가 먼저 오고
당신은 애들 방학시기 맞춰 두 달 늦게 왔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
별로 외롭지 않았는데

지금도 나 혼자 이곳에 왔지만
당신은 언제 오려나

이번에는 두 달이 아니라 이년이 지나라도
올 수만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텐데...

어제는 아무 약속없어도
울적한 마음에 혼자 숙소에 앉아
당신향한 그리움 안주삼아 소주 한병 마셨다

마시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외로워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리워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시고 외로워하고 그리워하고......

그것이 현재의 나의 감정인 걸
억지로 어떻게 하리오

그래도 당신 서러워할까봐
덜 마시고
덜외로워하고
덜 그리워하도록 노력할께

내년되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별로 감정에 젖을 틈을
주지 않을 것 같다
너무 바쁘고 일거수 일투족 통제받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든

아무리 야근많고 해도 밤늦게 퇴근하고 해도
당신한테 편지는 자주 쓸께

오늘 서울 좀 다녀올께
아산병원 들러 어머님도 뵙고

또 동기생 흥만이 어제 당신곁으로 갔거든
거기도 가보고
7년전 수술했던 암이 이번에 재발되면서
며칠 못견디고 가버렸구나
당신 투병 때도 많은 조언해주고
참 좋은 동기였는데
당신 조금은 덜 외롭겠다
아는 사람 많이 생겼잖아 당신이 고참이니
신참한테 잘 해줘라

눈만 오면
이런 눈 처음 본다며 좋아하던 신혼 첫해 모습
아직 눈에 선하다

백설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당신향한 그리움과 사랑 함께 묶어
하늘로 이편지 띄운다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예쁜 당신 모습을....
토라진 당신 모습도....
바가지 긁던 당신 모습까지도......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날이 맑으면 날이 맑은 대로
변함없는 마음담아
내 사랑 당신한테 훨훨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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