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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가여운 여인
받는이 : 심희숙
작성자 : 이재호 2006-01-18
떠나서는 아니될 한 여인이 있습니다
어릴 적 조실부모하고 외롭게 외롭게 살아 온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남편과 자식에게
자기가 제대로 받지 못한 온전한 사랑
다 전하고자 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때론 지나쳐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꾸밈이 없었고 순수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여인이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멀리 바닷가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아닌
아주 먼 곳으로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돌아 오겠다는 약속도 없는 곳, 그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아니 영원히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신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있다면,
착하고 외롭게 가여이 살아 오다
이제사 가족의 정을 느끼고
남편과 자식의 사랑을 깨우치려 할 때
데려 가려 하십니까

우리 애들 결혼할 때까지만 살려 달라던 여인입니다
아니 우리 애들 군대갔다 올 때까지만이라도 살려 달라던 여인이었습니다
그거라도 안되면 우리 작은 놈 대학 입학시험 치를 때까지 만이라도
살려 달라던 여인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신은 존재하긴 하나 봅니다
6개월도 못 산다던 여인네가
큰 아들 군대 갔다오고
작은 아들 대학교 1학년 마칠 때까지 살려주셨으니까요

그런데도 왜 허탈하고 분한 지 모르겠습니다
부모 일찍 잃고 외롭고 가여이 살았으면
자기 자식들이라도 그리 살지 않게 해주셔야지요

홀로 될 내 자신이 억울하고 분해서가 아니라
떠나려는 이 여인네가 더 불쌍하고 가여워서
이렇게 절규해 봅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라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빌고 또 빌어 봅니다
2005년 2월 어느날


여보!
오늘 집 서재 정리하다보니
당신 떠나기 전에 당신 보내는 게 억울해
병원에서 집에 잠시 왔을 때
급하게 써 둔 글이 나오길래 읽다가
당신 생각도 나고
또 하느님께 당신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도 할겸해서
이렇게 옮겨쓴다

여보!
거기에선 외롭게 살지 마라

먼 이 곳 이승에서
당신 아들들이랑 당신 남편이 당신 외롭지 않게
매일 당신 생각하고 당신 그리워하며 살고 있으니까
당신은 하늘에서
여기있는 우리 애들 외롭지 않게 잘 보살펴 줘

사랑해! 여보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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