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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25년 세월
받는이 : 심희숙
작성자 : 이재호 2006-01-25
여보!

오늘이 무슨날인지 알지?

25년 전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이해하고 배려하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날.......
이재호가 심희숙일 평생의 반려자로 맞은 날
우리 결혼 기념일이잖아

그래서 오늘 청아에 들렀다
마침 충건이도 엄마한테 간다고 해서 같이 들렀다

우리 결혼 축하한다고..
내가 당신한테 카드도 한장 넣어두었으니 틈날 때 읽어봐

25년 세월......
요즘 세상에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나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인 데...
그런데도 오늘따라 왜 이리 짧게 느껴질까...

당신 1년만 더 살아주었어도
오늘 우리 은혼식이라고
모르긴 해도 2-3일 휴가내서 당신 차에 태우고
어디 좋은 곳에 가서 다정하게 보냈을 것 같은데...............

당신은 참 무심한 사람이다
주례께서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백년해로 하라고 하셨는 데
당신 어른들 말씀 참 잘 듣는 사람이었는 데
주례선생님 말씀은 왜 안들었을까....
안 들은 게 아니고 잠시 까먹고 먼저 간 거지
잠시 까먹은 결과치곤 그 댓가가 너무 크네

일찍 간 것도 서러운 데
이 남자가 별소릴 다하네
당신 그러고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만
나도 오늘은 기분이 별로다
요즘은 술도 안먹고 뭘로 이런 기분을 달래볼까..
인도어장가서 공이나 실껏 치고 올까
아님 집에서 그냥 옛날 앨범이나 뒤적거릴까

그래 당신 한국있고
난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견 가있다 생각하고
서로 편지 주고 받으며 그리 자축하자
난 당신한테 축하한다고 카드하고 편지보냈으니
당신도 보내
꿈속에서 기다려볼께
남편 숙면취하게 한다고 일부러 못온다 하지말고
이번엔 선물은 없다. 24년 간 한번도 빼먹지 않았는 데....
하늘나란 택배가 안된단다. 미안해

그리고 오늘 충건이 생일인 것도 알지
우리 결혼기념일은 우리 문제니 그렇다쳐도
아침에 일어나 엄마없어 생일상 못차려 준다
생각하니 그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푸짐해서가 아니라 미역국에 팥밥이라도 차려주었음 엄마없는 서러움 조금은 덜 수 있었을텐데
당신 충건이 한테 미안하다 그러고 생일 축하한다고 그래
작년
당신 정신 오락가락하면서도 아들 생일은 기억하고
말하는 게 어렵고 힘들어 하면서도 축하한다고 그랬잖아
그 때 그 맘으로 이번엔 엄마의 힘으로
정으로
마음으로 축하해 줘
충건이도 느낄꺼야
우리 엄마 축하메세지가 온 걸

힘들겠다 내가 너무 말 많이 해서
그만쓸께 오늘 하루도 잘 쉬고
잘 있어

25년 전 그 마음 그대로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한다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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