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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쑥 캐고 냉이 캐서
받는이 : 천상의 아내에게
작성자 : 이재호 2006-04-14
동학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밤에 가로등 사이로 보는 벚꽃도 참 멋있네
같이 볼 수 있었음 좋았으련만......
아쉽지만 다음에 같이 보자꾸나

당신 제일 좋아하는 봄이네
어제 골프하면서 본 골프장 주위 풍경이
온통 당신 좋아하던 거 뿐이네

지천으로 쑥이랑 냉이 널려 있고
자목련 백목련
벚꽃에 복사꽃 살구꽃
민들레까지
간혹 보이는 두릅에다 연못가 돌미나리까지

그리고 이제는 터만 남은 집터 절터에
무너진 돌담에
대나무 숲까지

봤으면 당신 친정집 생각난다 하며
생각에 젖었을 것 같은
그런 그림같은 봄 풍경이 지금 내 주위에 펼쳐져 있어
당신한테 애틋한 마음담아 이 곳 봄소식 전한다

우리 이쁜 각시
봄만 되면 쑥캐고 냉이 캐서
신랑 저녁밥상 맛나게 끓여 내더니
이제 그 상큼한 쑥국 한그릇
쑥개떡 하나 먹을 수가 없네

땅두릅 따다 봉지 봉지 넣어 냉장고 넣어 뒀다
저녁밥상 살짜기 데쳐 초장함께 내곤 했었는 데 말이다
반주로 소주 한잔 곁들여서.....

비싸고 유명한 음식 생각없고
지천으로 널린 쑥이지만
그저 당신 손 맛 깃든 상큼한 쑥국 한그릇
금년 봄에도 간절히 먹고 싶었건만

야속한 여편네야
그 쑥국 한그릇 끓여주기 싫어 날 두고 도망갔냐

그래도 하늘이 무심치 않았던지
어찌하다 어제 겨우 식당에서 한그릇 먹었다
당신이 정성 담아 끓여주던 그 맛은 아니었지만...

참 충건이 여자 친구 새로 사귀었다고
어제 집에 내려오면서 같이 왔더라
이쁘고 착하게 생겼대 당신도 봤음 좋아했을거다
많이 이뻐해주렴

이번 주말엔 어머님 뵈러 마산 좀 다녀올께
여태껏 서울 계시다 토요일 마산 내려가실거야
어머님 아직은 잘 견디고 계신데 언제 나빠지실지 몰라 걱정이다
당신도 기도 많이 해주라

여보!
겨울의 차가움 떨치고 찾아오는 따뜻한 봄소식 같이
우리 가족에게도 당신 떠난 외롬 허전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빨리들 따스함이 다시 깃들었음 좋겠다
희건이 충건이 그리고 당신과 나한테도..

사랑해 여보!
언제나 변함없는 맘으로

그 곳 높은 곳에서 지상의 봄 꽃 맘껏 감상해

잘 있어
담에 또 소식 전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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