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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아가야....잔인한 4월
받는이 : 예쁜재희
작성자 : 엄마 2010-04-20
아가야

왜 꿈속에서조차
네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거니

이게 꿈이라면
너무나 긴 악몽이라고
이제 그만 깨고 싶다

벌써 한달이 지나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니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시처럼
애처롭게도 목련은 피고
그 춥고 긴 겨울도 지나고
창 밖엔 은행이 아기손처럼 잎을 내밀고 있다
시같이 사람도 나무처럼
죽음같은 긴 잠을 자고
다시 깨어나서 새 잎을 내었으면 좋겠다

아가야
네가 다시 깨어 날 수 있다면
아가야
네가 저 은행의 여린 잎처럼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하루종일 너와 이야기 하고 싶다

누군가가
암은 행복한 병이라고 하더구나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에
거룩한 생명에게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
왜 우리에겐 그런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을까....
'어디야"하는 물음에 ..'도서관.. 스카이프로 해..'
엄마는 그때 컴퓨터 앞에 있으면서도 스카이프를 들어가지 않았어
집에 오면 이야기 하지 뭐..하고
그게 마지막이 될 줄 ...
어떻게 그게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일수가 있는 거니.. 어떻게..

유치원에서 놀러가서 배를 탈때
유난히 겁이 많고 예쁜 네가
앞의 남자애가 꼼짝 할 수 없을 정도로
꼭 끌어 안던 너
그토록 여린 너를, 생각이 많던 너를
사탄의 세력에 무방비로 놓아 둔거 같아 울었어
우리 아기를 악으로부터 지키지 못한거 같아서
더 많이 기도해야 했을까
더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어야 했을까 ..

엄마는 오늘도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 재희가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것 만큼
엄마도 열심히 살려고 해
그런데 방향을 모르겠어
무얼 위해 살아야 할까

늘 학교에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던 너
엄마가 무얼 위해 살아야 할까
엄마와 이름이 성까지 똑 같다는 교수님도 만나보려고 해
그리고 엄마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는게
우리 아기가 기뻐하는 건지
하나님이 기뻐하는 건지
생각해보려고 해

한달 내내 온 몸이 아팠어
아무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어제부터 많이 나아지면서
쉴새없이 봄의 생명을 내는 나무처럼 꽃처럼
엄마도 우리 아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거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하루 하루를 매일성경을 읽으며
그냥 주어진 오늘을 살 뿐이야
홀로서기처럼 '이것이다' 하고
살려 했던 것도 교만이었을까
아가야
엄만 아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엄마 자신의 삶의 무게에
우리 아기를 많이 안아주지 못하고
사랑해주지 못한 거를 한 하면서도
남아 있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사랑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거 같아
엄마가 노력하려고 해
우리 아기 몫까지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려면
체력도 있어야 하니까 운동도 할께

어느 따듯한 날
우리 아기와 종일 햇빛 아래 있고 싶다
쑥이 자라는 들판에 하루 나가서
너와 함께 초록 빛 아래서 종일 이야기 하다 오고 싶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가야
엄마가 사랑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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