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 살아있을 땐 그런 거 없었는 데
요즘은 주 5일 근무다 보니 한 주가 금방금방 가는 것 같다 내일이면 또 주말이거든
같이 있을 때 주 5일제있었음 정말 좋았을텐데말야

하루는 테니스 /등산 다음날엔 인도어장 등등
때론 차몰고 물좋고 공기좋은 한적한 곳으로
모든 것 뒤로하고 여행도 좀 더 많이 다니고 했었을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신문 봤더니 항암제에 대해 실렸길래
그거 읽으면서 잠시 당신 생각했네
이레사는 당신있을 때 시도해 봤던거고
그거말고도 또 나왔길래 살아 있었음 그것도 해 봤을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젖어봤다

정말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효과있을 지 없을 지 몰라도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왜 자꾸 나는건지 모르겠다

여보!
이 소식은 꼭 전해줘야 할 것 같네
당신 친구한테 빌려준 거 못받아 안타까워 하며
결국 당신 떠날 때까지도 돌려 받지 못했던 돈
다는 아니지만 이번에 꼭 절반 돌려받았다
나머지 반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신 하늘에서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반이라도 받은 거 알려 주는거야

여보
당신 보내고 난 뒤 자꾸 인생이 너무 허무하단 생각이 많이드네
사는 게 과연 무엇인가
또 여태 살아온 것은 무엇인가
때되면 다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그래서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 나중 흙으로 돌아갈 때
후회나 회한이 없을 것인가 하는 그런 생각
당신 잃고 난 뒤 나 자신이 허무주의 염세주의 철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즐겁고 보람되게 살려고 노력하면서도 문득문득
넋나간 사람모양 그럴 때가 있네
외로움 고독 그런 것 떨쳐 버리고
밝고 즐겁게 그리고 보람되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지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길은 새로운 사랑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는 데
그리하면 잊혀진 사람만 불쌍하잖아 그지
그래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는 결코 잊혀져선 안되겠지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당신 잊는 일은 결코 없을거다

오늘 밤도 변함없이 당신 사랑해
잘 자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가는 봄 같이 만끽하자

참 이번 일요일이 둘이 하나됨을 의미하는 날- 21일- 부부의 날이네
그 날은 아무 약속없이 당신 사진이나 보며
마음으로나마 얘기라도 나누고 싶은 데 하필 그날 운동 계획이 있네
사진 대신 필드에서 하늘보며 걸어야겠다
그 날은 아마 공도 잘 뜰 거 같다
계속 하늘봐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