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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비가 오시면
받는이 : 보고싶은 어머님
작성자 : 둘째아들 승구 2003-03-07
어머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어젠 경칩이었는데 어머님 계신 그 곳의 개구리는 이승의 그것과 달리 영생을 하는 개구린지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비가 오시면, 벽제에서 당신 보내실제 소리없이 녹아 나리던 눈인 것만 같아 가라앉은 마음으로 짙은 슬픔이 배어 온답니다. 주일이면 하나님께, 가신 당신의 공력으로 아버님과 형과 누님과 막내와 그리고 제 가족에게서 슬픔을 거두시고 건강을 보전해 주시며 하는 일마다 형통하도록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립니다만, 전화로 여쭙는 안부에서의 아버님은 측은하시기 그지없답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문득 옛날 저희가 노씨 아주머니댁 문간방 생활을 할제의 어느 여름장맛날, 아껴두었던 연탄을 피워 습기를 말려보려다 가스를 마셔 사경을 헤매는 고생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모레면 어머님 가신지 49일째네요. 흔히는 그때쯤까지는 혼백들이 이승에 머물러들 계신다는데 우리는 어머님께서 운명하신 바로 하나님과 당신의 형제분들을 상봉하셨다고 자위한답니다. 그렇다고 눈물이 감춰지지는 않지만요.
사랑하는 어머님!
아버님께 힘을 주세요. 얼마전 전화를 드렸더니 그예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보셨다는데 아버님의 손끝에 오셔서 붓끝을 살아나게 하시고 그로해서 아버님이 마음을 추스리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보고싶은 어머님, 모레 찾아 뵐텐데 아마도 훈이녀석은 고 3인지라 학원때문에 동행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그 녀석에게도 힘을 주세요.
참! 당신의 유일한 친손녀 은혜는 대학에 잘 다닌답니다. 어머님께서 살펴주세요.
편히 쉬세요.
둘째 승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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