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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어머님, 모레가 생신이시네요!
받는이 : 사랑하는 어머님
작성자 : 둘째아들 승구 2003-12-09
내일은 어머님께서 우릴 떠나신지 열한달에서 열흘이 빠지는 날이고요.
참 무심하다 하시겠습니다. 그 간 날도 추웠거니와 한 달은 늦었다는 눈도 제법 왔는데, 어머님 보낼 때 나리던 그 진눈깨비의 설움을 잊었던지 어머님 홀로 거기 계시게 하면서도 참 무심하다시게도 찾아뵙질 않았습니다.
어머님 옆이나 위나 아래에 이웃하시는 분들은 약줄 좋아하셨으면 산사춘으로, 천상을 흠모하셨으면 성경과 돋보기로, 꽃을 좋아하셨으면 유택을 동그마니 돌린 꽃장식으로 치장하여 심심치 않으시겠던데 어머님께서는 꽃테 안으로 십자가 묵주와 편액 두 개만 덩그라니 함께 하십니다.
요 며칠사이 참 날이 맵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한다면야 추위도 아닙니다만 그저들 따듯한데만 습관이 되어서들 춥다고 난립니다.
어머님의 초장엔 온화와 화평이 항상이시죠?
종종은 참 꿈에서라도 뵙고자하는 것이 소망인데 어머님께서는 소시적의 완고함을 아직 지니고 계신 모양입니다. 연전엔 꿈에 현몽하시기는 하셨는데 장모님이셨는지 어머님이셨는지 도무지 가늠되지 않아 두 분 중 한 분이셨으려니 하면서 못난 위로와 자랑을 삼고 있답니다.
어머님, 어머님!
계신 곳엔 추위 없으리라 생각되어 오히려 추위에 쓸쓸함까지로 적적하실 아버님을 어머님의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어 마음일랑 누구보다도 부유롭게 해주세요.
모렌 어머님을 찾아뵙겠네요. 천국의 생신상은 어떤 것으로 받게되시려는지...
아픔과 고통없는 그 곳에서 평안하세요.
섣달 초아흐렛날 당신의 둘째 승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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