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詩 33 ] 어머니의 밥
- 받는이 : 이원점 엄마
-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6-02-06
어머니의 밥
이향아
'얘야 밥 먹어라'
어머니의 성경책
잠언의 몇 절쯤에
혹은 요한계시록 어디쯤에
금빛 실로 수를 놓은
이 말씀이 있을 거다.
'얘야, 밥먹어라
더운 국에 밥 몇 술 뜨고 가거라'
아이 낳고 첫국밥을 먹은 듯,
첫국밥 잡수시고 내게 물리신
당신의 젖을 빨고 나온 듯
기운차게 대문을 나서는 새벽.
맑은 백자 물대접만한
유순한 달이 어머니의 심부름을 따라 나와서
'채할라 물마셔라, 끼니 거르지 말거라'
눈 앞 보얗게 타일러 쌓고
언제부터서인가
시원의 검은 흙바닥에서부턴가
마른 가슴 헐어내는
당신의 근심
평생토록 밥을 먹이는
당신의 사랑.
--------
엄마,
오늘은 눈에 염증이 심해져서 안과에 가서
칼로 째내고 안대를 하고 왔어요.
한쪽 눈을 가리니까 거리 감각도 없고...
오다가 청소아주머니 빗자루에 코도 긁혔어요.
나 아프니까,
엄마 빨리 와서 나 맛있는 밥 차려주세요~~
엄마 계실 때는 내가 아프다고 전화만 하면,
언제든지 쪼르르 달려오셨잖아요.
먹을거 싸들고 오셔서
일단 밥부터 차려주시고,
그리고 나서 집안 구석구석을 치우시고...
나중에는 괜히 전화했다.. 싶을만큼 일만 하셔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보다는
'이제 그만 됐어요...'라는 푸념을 더 많이 늘어놓곤 했었지요.
그런데, 나는 엄마가 아프다고 하시면,
약 드시고 푹~ 주무시면 날거라면서
내일 갈게요.. 모레 갈게요... 하고 미루기만 했었어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잘못했어요~~!!
그런데 엄마,
어제 49재에서 둘째언니를 보니까, 언니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한 집에 살던 엄마랑 형부를 갑자기 잃어버려서
언니가 많이 힘들어해요.
별명이 '인왕산'이라고 불릴만큼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았던 언니가,
어제 보니까 왜 그렇게 작아졌는지....
게다가 엄마를 닮아서 허리까지 굽어지고......
언니는 결혼하고 나서도
엄마집 근처에서 내내 살았고,
나중에는 엄마를 모시고 살아서
엄마랑 언니는 평생을 같이 산 셈이잖아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하다 못해 씀씀이에 허리굽은거까지 닮고.....
엄마,
언니한테 힘을 주세요...
이 시처럼 엄마가 가장 많이 하셨던 말씀이
밥먹어라.. 더 먹어라... 먹고 기운내라...
밥이 보약이다.......
엄마는 자식들 배가 든든해야 마음까지 든든해지시는지,
늘~ 먹어라...하고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없으니
엄마가 천상의 기운으로 언니에게 힘을 주세요~!
엄마는 자식들 끔찍이 위하셨으니까,
하늘나라에서 가장 좋은 기운을 언니한테 주세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도 이렇게 엄마한테 이거 달라, 저거 달라... 투정만 부리네~~
엄마는 돌아가셔도 엄마잖아요~!!
엄마는 평생 울 엄마니까,
우리 아프면 '엄마손은 약손~~'도 해주시고,
배고프다고 하면 맛난것도 해주세요...
엄마,
우리 엄마~~~!!
이향아
'얘야 밥 먹어라'
어머니의 성경책
잠언의 몇 절쯤에
혹은 요한계시록 어디쯤에
금빛 실로 수를 놓은
이 말씀이 있을 거다.
'얘야, 밥먹어라
더운 국에 밥 몇 술 뜨고 가거라'
아이 낳고 첫국밥을 먹은 듯,
첫국밥 잡수시고 내게 물리신
당신의 젖을 빨고 나온 듯
기운차게 대문을 나서는 새벽.
맑은 백자 물대접만한
유순한 달이 어머니의 심부름을 따라 나와서
'채할라 물마셔라, 끼니 거르지 말거라'
눈 앞 보얗게 타일러 쌓고
언제부터서인가
시원의 검은 흙바닥에서부턴가
마른 가슴 헐어내는
당신의 근심
평생토록 밥을 먹이는
당신의 사랑.
--------
엄마,
오늘은 눈에 염증이 심해져서 안과에 가서
칼로 째내고 안대를 하고 왔어요.
한쪽 눈을 가리니까 거리 감각도 없고...
오다가 청소아주머니 빗자루에 코도 긁혔어요.
나 아프니까,
엄마 빨리 와서 나 맛있는 밥 차려주세요~~
엄마 계실 때는 내가 아프다고 전화만 하면,
언제든지 쪼르르 달려오셨잖아요.
먹을거 싸들고 오셔서
일단 밥부터 차려주시고,
그리고 나서 집안 구석구석을 치우시고...
나중에는 괜히 전화했다.. 싶을만큼 일만 하셔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보다는
'이제 그만 됐어요...'라는 푸념을 더 많이 늘어놓곤 했었지요.
그런데, 나는 엄마가 아프다고 하시면,
약 드시고 푹~ 주무시면 날거라면서
내일 갈게요.. 모레 갈게요... 하고 미루기만 했었어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잘못했어요~~!!
그런데 엄마,
어제 49재에서 둘째언니를 보니까, 언니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한 집에 살던 엄마랑 형부를 갑자기 잃어버려서
언니가 많이 힘들어해요.
별명이 '인왕산'이라고 불릴만큼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았던 언니가,
어제 보니까 왜 그렇게 작아졌는지....
게다가 엄마를 닮아서 허리까지 굽어지고......
언니는 결혼하고 나서도
엄마집 근처에서 내내 살았고,
나중에는 엄마를 모시고 살아서
엄마랑 언니는 평생을 같이 산 셈이잖아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하다 못해 씀씀이에 허리굽은거까지 닮고.....
엄마,
언니한테 힘을 주세요...
이 시처럼 엄마가 가장 많이 하셨던 말씀이
밥먹어라.. 더 먹어라... 먹고 기운내라...
밥이 보약이다.......
엄마는 자식들 배가 든든해야 마음까지 든든해지시는지,
늘~ 먹어라...하고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없으니
엄마가 천상의 기운으로 언니에게 힘을 주세요~!
엄마는 자식들 끔찍이 위하셨으니까,
하늘나라에서 가장 좋은 기운을 언니한테 주세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도 이렇게 엄마한테 이거 달라, 저거 달라... 투정만 부리네~~
엄마는 돌아가셔도 엄마잖아요~!!
엄마는 평생 울 엄마니까,
우리 아프면 '엄마손은 약손~~'도 해주시고,
배고프다고 하면 맛난것도 해주세요...
엄마,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