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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이모한테 다녀왔어요....
받는이 : 이원점 엄마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6-09-27
엄마~~
잘 지내고 계세요?
가을이라 햇볕도 쨍쨍하고 좋네요.
엄마는 나들이를 좋아하셨는데,
하늘나라에서 좋은 곳 많이 다니셨는지........

이렇게 볕좋은 가을날이면
옛날에 엄마 우리집에 와 계셨을 때,
베란다에 빨간 고추를 말려주시던거 생각이 나요.
아침에 쫙~ 펴놨다가,
저녁이면 습기찬다고 담아놓고
그러기를 몇날 며칠.......
엄마랑 번갈아 가면서 재채기를 하면서
빨간고추 가위질을 했었지요.
비닐 푸대에 담아 방아간에 가서 결고운 고추가루를 빠오면,
엄마는 일년치 양식을 마련한 듯 뿌듯해 하셨었는데.......
그때는 사다 먹으면 될텐데
뭐하러 집에서 이렇게 하나... 귀찮게 여기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게 다 그리워지네요.
엄마가 그때 안해주셨으면, 생전 고추말리는것조차 해보지도 못했을 뻔 했어요.

엄마,
오늘(날자로는 벌써 어제네..) 이모한테 다녀왔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처음 갔어요.
엄마 생각날까봐 못갔었는데, 추석 무렵이 이모 생신이라서 미리 다녀왔어요.
나이드신 분들은 갑자기 어찌 되실지 몰라서,
생각날때 가 뵈야 할거 같아 막내오빠랑 같이 갔어요.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가슴이 뭉클하고, 미안하고........
처음에는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했지만,
애써 다른 얘기들로 돌리고.......
이모는 연세가 아흔셋이나 되시는데도
여전히 피부도 팽팽하고 기억력도 좋으시대요.
우리집 주소도 전화번호도 다 기억을 하세요.....
이모를 보니까 엄마를 본 듯 하네요.
이모귀도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귓볼이 제법 크시더라구요.
여지껏 몰랐는데, 오늘 처음 보았어요.
아마도 이모 얼굴에서 엄마 모습을 찾으려다 보게 된거 같아요.
그래도...
엄마는 역시 엄마더라.
이모가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더라구요........
어모 얼굴을 보면서 엄마가 더 보고싶고,
이모 손을 잡으면서 엄마의 핏줄이 선 손이 더 잡고싶고,
이모를 안으면서도 엄마 가슴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해지고..........

막내오빠가 집에까지 바래다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
오빠는 옛날에 엄마가 끓여주시던
진한 국물맛의 내장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이남장 설렁탕집에 가서 먹었어요.
그집이 맛있는 집이지만,
그래도 기억 속의 그 맛만큼은 아니라네요......
오빠는 엄마가 담근 김치대가 살아있는 아삭아삭한 김치랑, 그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가 제일 먹고 싶대요.
나도 요새 그런 김치가 먹고 싶은데.......
엄마 며칠 있다가 배추를 사다놓을테니까,
엄마가 좀 가르쳐 주세요.
맛있게 담가지면, 오빠한테도 좀 보내야 할까봐요...
틀림없이 망칠테지만.........

엄마,
내 안에 살아계시는 엄마.......
이모 건강하시게 지켜주시고,
우리 형제들 모두 건강하고 잘되게 도와주세요~~!!

엄마, 이제 자러갈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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