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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글자로 만들어진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받는이 : 이원점 엄마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7-05-07
엄마,
잘 지내고 계시죠?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나는 엄마 돌아가시고 두번째로 맞이하는 어버이날이네요.
내일은 엄마한테 하얀 카네이션 한송이도 못달아드리겠네요......ㅠ.ㅠ
대신 마음으로는 꽃바구니 하나 가득 보낼게요.
내일은 부산에 다녀오려구요.
아버님, 어머님 찾아뵈려구요.
살아계신 분들 먼저 찾아뵙고,
엄마는 부산 다녀와서 뵈러 갈게요.
지난 일요일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이사하고 나서 가구보러다닌다고 시간을 못내었어요.
마음이 부족한 탓이지요 뭐.......

엄마,
20년만에 이사하면서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왔지만,
와서 보니 여전히 추려낼 것들이 많네요.
시집올 때 엄마가 장만해주신 가구면, 이부자리도 거의 정리를 했어요.
엄마 생각하면, 버릴 수 없었지만........
새 아파트라 묵은 것들이 맞지가 않아서요.
그리고 바꿀 때도 이미 지났구요........
특히 이불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워낙 이불을 많이 해주신데다,
이불도 엄청 크게 해주셔서 어디 들어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엄마가 '전쟁이 나도 총알도 못 뚫고 지나간다는' 옛날 목화솜 이불만은 들고 왔어요.
엄청 무겁지만,
엄마가 하신 말씀이 내내 생각나서 못 버리겠더라구요.
거의 쓸 일이야 없지만,
그래도 엄마를 느낄 수가 있어서 고이 모셔둘 생각이예요.

그리고 시집올 때 새댁 장롱이 비는 것이 없어보인다고, 서랍 서랍 가득 담아 보내셨던 옷감들도
그냥 갖고 있기로 했어요.
시집올 때는 촌스럽게 여겨지던 옷감들이
지금은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유행이 돌아와서 반짝이가 들어간 양단들이 너무 멋지기도 하구요.
누런 광목에서부터 나이론, 유똥, 아사, 프랑스산 베로도까지........
지금이야 옷을 만드는 수공비가 사입는 것보다 비싸서 마쳐입을 엄두가 나지 않지만,
그냥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네요.
어떤 옷감은 한복으로 유명한 이영희 선생님께 갖다 드리면 너무 좋아하실 거 같은 것도 있고,
순도 100%의 보라색 비로드는 청담도 부띠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베이지색 얇은 실크는 드레스를 맞춰입고 외국의 파티에 나가면 다들 감탄할 만큼 고상하면서도 한국적인 옷감이던데요...
이 기회에 양재를 배워서 옷을 해입을까... 싶기도 하구요.
나 시집올 때 다른 혼수품은 다 해주시면서도
유독 재봉틀만은 안 사주셨지요.
미용이나 재봉틀처럼 손재주가 있으면, 평생 손재주 먹고 산다면서
그저 남편이 벌어다주는 걸로 편히 살라고...........

엄마,
엄마가 알뜰하게 챙겨주신 살림살이들을 보면서
새삼 엄마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나도 이 다음에 우리 도이한테 엄마처럼 할 수 있을지......
엄마,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자랑스러운 나의 엄마,
존경스러운 나의 어머니세요.........

엄마,
남은 생을 다해 엄마를 잊지않고
남은 생을 다해 엄마를 사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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