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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결혼 25주년
받는이 : 이원점 엄마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7-05-10
엄마,
부산에 잘 다녀왔어요.
엄마가 맨날 시어른들께 잘하라고 하셨는데,
며느리라고 일년에 고작 몇번 내려가는게 전부네요.
엄마, 아버님께서 벌써 아흔이세요.
그래도 얼마나 정정하신지 아직도 회사에 나가시고 직접 운전해서 부산역까지 배웅도 해주세요.
그런분은 아마 대한민국에 몇 분 안계실거예요.
어머님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내내 방에만 누워계시구요...
이제 나도 나이가 들은건지,
시부모님들도 내 부모님이나 다름없이 마음이 짠~하게 여겨지는게 마음이 아려요......

참, 엄마,
오늘이 우리 결혼한지 25년 되는 날이었어요.
벌써 25년이라니.......
남편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결혼 피로연 얘기하는 친구도 있어요.
덕수궁 야외 피로연도 그랬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제철 과일이 흔치 않았는데, 손이 큰 우리 엄마, 수박에 갈비에....
그리고 그 유명한 엄마표 보쌈김치를 일일이 하나씩 담그셨던 기억이 생생해요.
신행 음식도 대단했잖아요.
다라이가 2개에, 바구니가 13갠가......
아무튼, 엄마 손큰건 알아줬어야 했다니까요.
다 막내딸 시집가서 기죽지 말라고 그러신거지요...
엄마, 고마워요~!!
엄마의 그 마음 늘 잊지않고,
엄마의 딸로서 엄마한테 욕되지않게 잘 하면서 살게요.
'친정 엄마가 잘 키우셨다'는 말씀으로 엄마께 되돌려 드릴게요.

엄마,
오늘 매달 한번씩 모이는 독서 모임이 있었는데,
이번 달 주제는 '어머니'였어요.
다들 제 연배 정도 되는데, 나만 엄마가 안계시더라구요.
그러니 엄마에 대한 애틋함,
더는 볼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알 턱이 없지요.......
제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어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뜨끔 하더라구요.
나도 엄마 살아계실 때 그런 거 몰랐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너나, 잘 하지~~"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엄마,
다음주에 청아에 갈게요.
에구구..
내가 간다고 했으니, 오늘부터 청아공원 길가에 나와 앉아계시겠네.......
그래요........
자식들 온다고 하면,
그 전화 끊는 순간부터 길에 나와서 기다리셨던 엄마......
길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시는게 마음아파서 "뭐하러 나와 계셨냐"고 툴툴거렸었는데,
이제사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네요.
그 시간이 고생스러운게 아니라, 행복이었을 거라는거.......

엄마,
다음주에 갈게요.
요새는 날씨도 따뜻하고, 나무며 꽃도 예쁘니까
밖에 나와서 기다려 주세요.
몇 걸음 앞에서 날 기다려주시는 엄마가 그리워요..........

엄마,
이제 자러 갈게요.
다음주에는 내가 엄마한테 갈거니까,
오늘 밤에는 내게 오셔서 나와 함께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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