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로보내는편지
  • 하늘톡(모바일 SMS)
  • 유가족 블로그
  • 관리비
  • 게시판
  • 유가족준수사항

유가족광장하늘로보내는편지

하늘로보내는편지

생각은 간절한데.......
받는이 : 이원점 엄마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7-06-19
엄마,
어떻게 지내셨어요?
울 엄마, 내 편지 많이 기다리셨겠다~~
문득 문득 엄마 생각이 간절한데, 편지를 쓰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예전에는 매일 썼는데, 벌써 마음이 식은건지......
엄마, 그렇지는 않아요.
엄마 돌아가셨을 때처럼 애절하지는 않지만,
그때처럼 복받치는 설움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가슴 한켠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요.
가끔씩 울컥 하면서 가슴이 멍~해지는 그리움에 엄마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막상 편지는 전처럼 쓰질 못했네요..

요새는 왜 그렇게 바쁜지.....
이사하고 바로 회사일을 다시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네요.
잠도 하루에 네다섯 시간 정도밖에 못자는데, 그것도 조각잠을 자요.
아직 일이 익숙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고, 대충 넘기지 못하는 성미라 하루종일 컴퓨터 검색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서 그렇기도 해요.
솔직히 생활이 잘 안될 정도예요.
엄마가 계셨으면 그런일 뭐하러 하냐고
그냥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알뜰하게 살림이나 하라고 하셨을텐데...싶네요.
그래도 엄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몇 십년은 더 살텐데,
그냥 이렇게 집에서 보내다 가기가 싫어서요.
그래도 어떤 때는 내가 지금 뭐하는건가.. 싶기도 해요.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는게 과연 나한테 좋은건지 묻기도 해요.
그렇지만, 남들은 이런 일을 하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구요.
이 나이에 전혀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한다는게 능력있어 보이나봐요.
겉은 화려해보여도 실속은 없는데......
그리고 보이지않게 고생이 많은데.......
오늘도 이제야 원고를 보내놓고 엄마한테 편지를 쓰는 거예요.
매일 12시까지 원고를 보내자니 스트레스가 엄청 나네요.....

엄마한테 편지 못쓴 핑계가 너무 옹색하다...

엄마, 우리집이 궁금하시죠?
가구를 못고르는 바람에 아직도 이사짐이 정리되지 않았어요.
뭐 뽀족하게 인테리어 하는 것도 아닌데, 한번 고르면 오래 쓸 물건이라 쉽게 결정이 안되네요.
이제 겨우 소파하고 식탁 들여왔어요.
서재하고 도이방은 아직도 결정못했구요...

새집에 오니까 좋기는 하네요.
모든게 디지털이 돼서 편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조작하는데 공부를 해야돼서 불편하기도 해요.
이런저런 기능이 있는것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켜고 끄고 그런게 더 편한데.......
지난주 목요일에 씰리아랑 막내오빠네 식구들이 다녀갔어요.
씰리아가 미국에 한달동안 다녀온다고 해서 같이 저녁먹었어요.
집을 다 꾸며놓은 다음에 집들이를 다시 하겠지만,
둘째오빠가 궁금해할거 같아서 집이 어수선하지만 그냥 집으로 오라고했어요.
엄마도 오시면 좋을텐데......

그런데 엄마,
우리집 전화번호가 바뀌었어요.
엄마가 기억을 많이 잃으셨어도 우리집 전화번호만큼은 확실하게 기억을 하셨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전화하시게 평생 전화번호를 안바꾸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사오니까 같은 번호를 쓸수가 없다고 해서요...
사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도이가 할머니하고 전화번호 안바꾸겠다고 약속해놓구선 바꿨냐고 묻더라구요.
엄마 어쩌죠..?
속상하네.......
엄마, 이제는 전화없어도 엄마랑 나랑 통할 수 있으니까 언제든지 그냥 말씀하세요.....

엄마, 날씨가 많이 더워졌네요.......
우리집은 다른거는 몰라도 집은 엄청 시원해요.
앞뒤가 확 트여서 그런지 바다바람이 불어요.
에어콘 안사도 될걸 그랬다.. 싶을 정도예요.

엄마, 이번 달에는 아직 엄마한테 다녀오지 못했네요.
곧 찾아뵐게요...
참, 지난달에 엄마한테 가보니, 엄마방에도 고인들이 더 많아지셨더라구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무엇인지......
가끔 "죽어도 싸지~~"하는 말들을 하는데,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있음에 감사드려야지요...

그런데 엄마,
엄마 내 얼굴 기억나세요...?
.........
등록된 자료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