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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엄마, 설음식은 잘 드셨어요?
받는이 : 이원점 엄마
작성자 : 막내딸 명옥이 2008-02-09
엄마,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청아홈페이지가 새롭게 바뀌었네요.
울 엄마 화사한거 좋아하시는데, 마음에 드셨겠네....
엄마는 컴퓨터를 못하시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내 메일을 읽으실거라 생각해요.
그렇지, 엄마?
막내딸 울음소리는 저승까지 들린다고 하셨는데,
내가 보내드리는 메일을 왜 못읽으시겠어요...

엄마,
설날 전날 엄마꿈을 꿔서 그런지,
계속 엄마 생각이 나요.
명절날에 엄마한테 제사지낼 때 한번도 그자리에 있지 못해서 그런지
엄마가 제삿밥은 제대로 드신건지,
오셔서 서운한건 없으신건지.......
늘 걱정되고 마음이 아파요........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엄마를 위해 미사를 봉헌해야겠어요.
제사도 중요하지만,
내 나름대로 엄마를 위한 미사봉헌이라도 해야 도리일 것 같아서요.
엄마가 성당에는 안다니셨지만,
미사봉헌하는 날 우리 성당에 오셔서 함께 계세요.
내 옆에서 같이 기도하시고,
기도가 어색하시면 그냥 옆에 계시기만 하면 돼요...

엄마,
오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응급실에 계실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때 쓸데없이 위세척만 안했어도 엄마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지는 않았겠다.. 싶어요.
위세척 하시느라 기진하셨고,
내처 일어나지 못하시고 가셨잖아요.
식사도 못하시고,
그렇게 목마르다고 안나오는 목소리로 "무....ㄹ...'하시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요.
돌아가실때 돌아가시더라도
식사라도 드릴걸...
물이라도 시원하게 한컵 드릴걸........
너무나 후회되고, 죄스럽고........

엄마,
이번에 부산에 다녀오면서 기차가 서울역에 들어오기 전에
청파동 옆을 지나가는데
우리 살던 건물이 멀리 보이고,
엄마랑 갔던 식당간판이 보이고.......
어느 한 순간 맘편히 사시지도 못했더라구요.........
엄마, 너무 죄송해요!!
엄마한테 효도도 못하고,
이렇게 뒤늦게 마음만 아파해봐야 소용도 없는데.....
앞으로 제가 살아있는 날까지
엄마 잊지않고,
엄마한테 자주 찾아갈게요..

지난주에 아침 일찍 아범을 지하철역에 내려준 길에
바로 엄마뵈러 청아로 갔었지요.
집에서 입던 옷에 파카만 걸치고 갔었는데,
엄마가 서운하시지는 않았을지 걱정되더군요.
아무리 울 엄마지만, 그래도 이제는 고인이신데
검정색 옷을 입고 예의를 갖추고 갔어야 하는건 아닌지....
울 엄마니깐,
내가 어떻게 하고 가도 그저 반갑고 예뻐하실거 같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잘 차려입고 가도록 할게요.
엄마 기분좋아지시게 화사한 옷을 입고 갈게요.
그래야 엄마 흡족하실거 같네요...

엄마,
아까는 기분이 울적했는데,
이렇게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어요.
역쉬~~ 울 엄마는 내게 최고의 명약이야~~!!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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