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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보내는편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받는이 : 유하영
작성자 : 나영선 2016-01-21
안녕 유하영.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취직걱정에 토익점수, 컴퓨터 자격증 따느라 다들 바쁘다.
니가 아직 있었다면 이번 2월이 졸업식이 되었겠지. 그러면 너는 2월에 졸업도 하고 생일도 맞게 되었을텐데...
요즘엔 많이 무덤덤해졌다. 해묵은 일기장을 뒤집어보다 니 장례식의 식권이 나와 가슴 한 구석이 싸했다가도
또 이내 다른 일을 하는 내가 있다. 얼마전까지도 나는 너만 생각하면 눈가가 뜨끈뜨끈해서 한바탕 울지 않으면
진정이 안되었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아도 너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우습게도 진짜 우습게도 10년이
지난것도 아니고 20년이 지난것도 아닌데 나는 너를 잊어가고 있다. 그래서 너에게 너무 미안해.
나는 한 학기 더 학교의 지박령이 되어야 할 것 같아. 생각없이 중핵을 너무 많이 들은 관계로 학점이 모자라다ㅠㅠ
동기들은 내가 부럽다는데 나는 마음이 심란하다. 아마 졸업을 하면 고시원에 가게 되지 싶어. 임용을 볼 것 같아.
니가 살아있었다면, 우리 고3때 채 이루지 못했던 노량진 입성의 꿈을 이루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교육학 강사를 욕하면서 컵밥같은거 먹고ㅋㅋㅋ 그랬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 재미있을것 같다.
교생나갔던 학교에서 예쁜 아이들을 많이 보았어. 애들 다 예쁘더라. 정말 하나같이 다 귀엽고 예뻐서 운동회 할때 꼭 오라는
협박에 깜빡 넘어가 갔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덕분에 니 시나리오 이제 다시는 못봐. 니가 욕하던 그 의대생의 괴랄한 시나리오도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 같이 찍었던 사진들도 니 카톡도 다 날아가버렸어. 그게 너무 슬프다.

춥다. 겨울이 되었다. 등 붙이고 앉으면 셔츠 사이로 땀이 배어나오던 5월이 한참 전으로 가버리고 1월이구나.
잘 지내니? 나는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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