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지낸다.
- 받는이 : 유하영
- 작성자 : 나영선 2023-12-26
하영이 오랜만. 새삼 정말 오랜만이다. 12월도 이제 며칠 안 남았네. 내년이면 벌써 서른 둘이 된다.
세상에, 만으로 해도 20대라고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어.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
편지를 안 쓰던 동안 나는 졸업을 했고, 취직도 했고, 차도 생겼어.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했고 지난주에는 결혼한 친구가 아이를 낳아 보러갔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삶에 치열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변한다.
마냥 같은 자리에 머무를것 같은 나도 등 떠밀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게 느껴져.
정말이지 달라질게 없을 것 같았는데...
얼마전에는 북촌에 다녀왔는데 거긴 너무 그대로인거야.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것처럼 똑같았어. 그래서 새삼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다는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영이 잘 지내니? 여전히 거기 그대로?
매 순간 선명하던 너라는 사람이 이 나이를 맞았을 때에는 어떻게, 얼마나 변해있을지 궁금한데
하영이 잘 지내? 거기서도 뭔가 분주한가?
나 내년부터는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 이제 파주 떠나.
새삼 널 보러 잘 가지도 않았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한거 있지.
동네친구 남겨두고 떠나는 것 같이.
진짜 미안.
하영이 잘 지내. 2024년에도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