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 기고]서울시 산골장사법
- 2004-01-23
가치와 효율 혼동하는 서울시 산골장사법 행정편의가 만든 서민용
김영복ㅣ 자유로청아공원 대표 ,화장문화연구회 회장
산골장사법이라는 최악(?)의 장례문화
인간이면 누구나 맞는 통과의례인 죽음.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죽음이란 주제는
두렵기만 한 음지의 존재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가 죽음과 관련된
장례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더 부추겨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죽음의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장례문화다. 매장만을 고집해
왔던 우리의 장례문화가 서서히 화장문화라는 시대의 바람을 타면서 이제 서울
시의 경우 화장률이 무려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서울시의 적극적인
화장장려정책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기대했던대로 화장수요는 급증했지만 더 이상 유골을 수용할 납골시설
이 없게 되자 도리어 서울시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매일 화장인구가 70-80구
에 이른다니 제 아무리 서울시라고 해도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선진 산골장사법이다. 그러나 산골은 우리국민의 정서와
는 너무도 동떨어진 장사법이란 점에서 서울시는 행정편의주의란 혐의에서 자유
로울 수 없다. 물론 서울시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납골당을 혐오시설로
냉대하는 사회인식의 저급성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시는 파주 용미리 납골당이 만장되고 더 이상 주민들의 반대로 납
골당을 지을 수 없게 되자 납골당 이용을 국가유공자나 생활보호대상자로 엄격
히 제한시켰다. 그런 뒤 산골장사법을 적극 들고 나왔다. 그래서 화장 = 납골이
던 등식이, 이제는 화장 = 산골이라는 등식으로 새롭게 수정되고 있다. 순전히 서
울시의 의도 아래서 말이다.
그러나 이제 막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시가
내놓은 산골장사법은 우리국민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일방적
인 면피성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양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다 보면 질적 교양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산골장사법이라는 최악(?)의 장례문화의 등장을 그저 잘한다
고 박수만 치고 볼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골장사법이란 쉽게 말해 조상의 유골
을 흔적도 없이 공중에 분해시켜 쓰레기 취급하는 장례법이다.
산골장사법 알면 산골할까
화장 후 납골정책을 산골정책으로 수정한 서울시의 발상은 단순한 효율성의 문
제가 아니라 장례문화의 새로운 가치척도를 창출해낸다는 측면에서 안쓰럽기까
지 하다. 서울시가 만들어낸 산골법이 우리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다. 서울시는 선진 외국의 산골법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국
의 사례이고 문화일 뿐. 그 문화가 결코 우리의 것일 수는 없는 거다. 솔직히 말하
면 장례문화란 죽은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죽은자의 생명을 고히 여겨 인간생명
의 존엄을 연출해 내는 인류의 끝없는 생명존중에 대한 제의식이다. 이게 장례문
화다.
혹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산골장사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이라면 선뜻 산
골을 하겠다고 나설지, 그게 의문이다.
얼마 전 용미리 산골공원을 찾았을 때 의아하게 본 것이 바로 혼합기라는 목재함
이다. 이 혼합기의 용도는 고인의 분골과 마사토를 나무 주걱으로 혼합하는 용기
역할을 한다. 이 용기로 분골을 마사토와 혼합한 후 유가족들은 작은 화단같이 조
성된 산골 장소를 찾아가 분골을 뿌린다. 아니 거의 버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마사토와 분골을 섞는 이유는 분골을 그냥 땅에 버렸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딱딱
하게 응고돼 또 다른 환경폐기물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마사토와 함께 섞
어야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죽은자에 대한 예의는 산자의 생명존중
그렇다면 며칠동안 그 산골장소에는 여러 사람의 분골이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
로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마사토와 분골이 섞인 흙을
다른 장소로 옮겨버린다는 것인데 과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산골을 하겠다고
나설 유가족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게 바로 서울시가 말하는 새로운 장례문화인 산골장사법이란 것이다. 납득이
가는가. 이제 막 화장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아오르고 있는 판에 불쑥 나
온 서울시의 산골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묘정
책 입안자들조차도 스스로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던져진
선진 산골장사법은 결국 애꿎은 서민들의 전유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정책입
안자들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청 공무원 여러분, 당신의 아버지를 어머니를 당신들이 만든 산골법으로
장사지낼 생각이 있으십니까? 죽은자에 대한 예의는 산자의 생명존중으로 이어
진다. 그래서 장례문화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김영복ㅣ 자유로청아공원 대표 ,화장문화연구회 회장
산골장사법이라는 최악(?)의 장례문화
인간이면 누구나 맞는 통과의례인 죽음.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죽음이란 주제는
두렵기만 한 음지의 존재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가 죽음과 관련된
장례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더 부추겨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죽음의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장례문화다. 매장만을 고집해
왔던 우리의 장례문화가 서서히 화장문화라는 시대의 바람을 타면서 이제 서울
시의 경우 화장률이 무려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서울시의 적극적인
화장장려정책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기대했던대로 화장수요는 급증했지만 더 이상 유골을 수용할 납골시설
이 없게 되자 도리어 서울시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매일 화장인구가 70-80구
에 이른다니 제 아무리 서울시라고 해도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선진 산골장사법이다. 그러나 산골은 우리국민의 정서와
는 너무도 동떨어진 장사법이란 점에서 서울시는 행정편의주의란 혐의에서 자유
로울 수 없다. 물론 서울시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납골당을 혐오시설로
냉대하는 사회인식의 저급성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시는 파주 용미리 납골당이 만장되고 더 이상 주민들의 반대로 납
골당을 지을 수 없게 되자 납골당 이용을 국가유공자나 생활보호대상자로 엄격
히 제한시켰다. 그런 뒤 산골장사법을 적극 들고 나왔다. 그래서 화장 = 납골이
던 등식이, 이제는 화장 = 산골이라는 등식으로 새롭게 수정되고 있다. 순전히 서
울시의 의도 아래서 말이다.
그러나 이제 막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시가
내놓은 산골장사법은 우리국민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일방적
인 면피성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양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다 보면 질적 교양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산골장사법이라는 최악(?)의 장례문화의 등장을 그저 잘한다
고 박수만 치고 볼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골장사법이란 쉽게 말해 조상의 유골
을 흔적도 없이 공중에 분해시켜 쓰레기 취급하는 장례법이다.
산골장사법 알면 산골할까
화장 후 납골정책을 산골정책으로 수정한 서울시의 발상은 단순한 효율성의 문
제가 아니라 장례문화의 새로운 가치척도를 창출해낸다는 측면에서 안쓰럽기까
지 하다. 서울시가 만들어낸 산골법이 우리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다. 서울시는 선진 외국의 산골법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국
의 사례이고 문화일 뿐. 그 문화가 결코 우리의 것일 수는 없는 거다. 솔직히 말하
면 장례문화란 죽은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죽은자의 생명을 고히 여겨 인간생명
의 존엄을 연출해 내는 인류의 끝없는 생명존중에 대한 제의식이다. 이게 장례문
화다.
혹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산골장사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이라면 선뜻 산
골을 하겠다고 나설지, 그게 의문이다.
얼마 전 용미리 산골공원을 찾았을 때 의아하게 본 것이 바로 혼합기라는 목재함
이다. 이 혼합기의 용도는 고인의 분골과 마사토를 나무 주걱으로 혼합하는 용기
역할을 한다. 이 용기로 분골을 마사토와 혼합한 후 유가족들은 작은 화단같이 조
성된 산골 장소를 찾아가 분골을 뿌린다. 아니 거의 버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마사토와 분골을 섞는 이유는 분골을 그냥 땅에 버렸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딱딱
하게 응고돼 또 다른 환경폐기물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마사토와 함께 섞
어야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죽은자에 대한 예의는 산자의 생명존중
그렇다면 며칠동안 그 산골장소에는 여러 사람의 분골이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
로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마사토와 분골이 섞인 흙을
다른 장소로 옮겨버린다는 것인데 과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산골을 하겠다고
나설 유가족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게 바로 서울시가 말하는 새로운 장례문화인 산골장사법이란 것이다. 납득이
가는가. 이제 막 화장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아오르고 있는 판에 불쑥 나
온 서울시의 산골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묘정
책 입안자들조차도 스스로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던져진
선진 산골장사법은 결국 애꿎은 서민들의 전유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정책입
안자들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청 공무원 여러분, 당신의 아버지를 어머니를 당신들이 만든 산골법으로
장사지낼 생각이 있으십니까? 죽은자에 대한 예의는 산자의 생명존중으로 이어
진다. 그래서 장례문화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