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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통신공지사항

공지사항

[장례에세이] 눈처럼·꽃처럼 청아한 '공원'
2004-02-12
지난 설날 아침. 청아공원은 눈덮인 설원(雪園)이 됐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청아공원의 아침 풍경. 꼭 자연만이 빚을 수 있는 소담한 그림과 같았다.
 
힘이 났다. 유족들이 남기고 간 설거짓거리가 설원 풍경 속에 뒤섞여 아름답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유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이리저리 뛰는 직원들의 모
습도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그 사이에 필자는 잠시 틈을 내 손바닥으로 눈을
헤치고 청아공원 뜰에 앉았다.
 
볼을 에는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 김춘수님의 '흔적'이라는 시구가 영화필름처럼
돌았다.
 
멍석이 어디갔나.
멍석이 없으니 마당이 없다.
마당이 없으니 삽사리가 없다.
삽사리가 없으니
삽사리가 짖어대던 달이 없다.
멍석이 어디갔나.

다소 향수에 젖은 김춘수님의 시구다. 필자는 김춘수님의 바람에 조금이나마 기
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또 행복했다.
 
청아공원을 통해 이 시대 장묘문화의 '멍석'을 깔았다는 자부심이 들기 때문이었
다. 이번 설에도 3만여명의 유족이 청아공원을 다녀갔다.
 
눈길을 헤치고 찾아온 유족들의 손에는 생생한 꽃들이 들려 있었다. 유족들은 고
인을 참배한 후 한동안 공원의 뒤뜰에서 사진을 찍고 먼저 간 가족 이야기로 설
날 아침을 맞았다. 유족들이 헌화를 마치고 돌아선 뒷길이 또 아름답다. 청아공원
에는 눈꽃과 생화가 어울려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오후 늦게부터 유족들이 남기고 간 설거지를 했다. 연휴 나흘 동안 매일 오후 3∼
4시간씩 강행군을 했더니 마지막날에는 어깨가 뻐근하고 몸살 기운이 돌았다. 결
국 자리에 눕고 말았다. 뜬금없이 속썩인 놈(?) 때문이기도 했지만 워낙 무리를
한 것 같다.
 
꼬박 사흘 동안 열병을 끌어안고 누워 곰곰이 생각했다. 멍석 위에 꽃핀 청아공원
의 설원과 생화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김영복 화장문화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