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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통신공지사항

공지사항

납골당의 크리스마스
2003-12-08
납골당을 이용하는 유가족들 사이에 요즘 안치단 멋내기 경쟁이 한창이다. 더구
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안치실마다 유가족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놓
아 유명 쇼핑센터 못지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연출된다.


유가족들의 안치단 멋내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고인
을 찾아 뵙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멋지게 꾸며놓은 다른 유가족의 안치단을 꼼꼼히 눈여겨봤다가 더 예쁘
고 멋진 소품들을 가져다 장식해 놓는 유가족들의 멋내기 경쟁은 납골당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예쁜 소품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안치단 안에는 납골함과 위패, 사진은
기본이고 고인이 평소 아끼던 유품들(도서관 회원증, 신분증, 책, 음악시디 등)
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매장을 선호하는 일부 부유층들이 앞다퉈 호화분묘를 조성하며 비싼 석
물과 조경을 하는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들인다면, 화장 후 고인을 납
골당에 모시는 시민들은 적게는 몇천원에서 많게는 몇만원을 들여 안치단에 아
기자기한 멋을 연출해 내는 즐거움으로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호화분묘가 일부 부유층의 부와 권위의 상징이라면 납골당 안치단은 화
장문화를 몸으로 실천한 선진 장례문화의 상징이다. 납골당에는 부유층들이 즐
겨 쓰는 값비싼 석물이나 조경과는 비유가 안되는 정성과 잔잔한 멋이 담겨 있
다.
납골당 안치단에는 여러 가지 소품들이 납골함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는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편지나 가족과 연인의 사진, 조화, 숯
소품,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사랑한 사람을 잃은 살아남은 자들의 그리운 흔적들
이 고인의 영혼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화장문화의 확산으로 이뤄진 납골
당의 진풍경은 매장문화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화장한 고인을 둔 유가족들
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아름다운 안치단 콘테스트를
계획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안치단 콘테스트는 안치단의 안정성과 쾌적
성, 청결성, 외형미, 조화로운 통일성 등의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이상적인 안치
단의 모델을 뽑는 이색적인 행사다. 콘테스트는 잊혀져 가는 고인을 다시 기억하
고 산자와 죽은자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축제라는 점에서 화장문화의 새로운 발
견이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김영복 화장문화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