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아공원 천국의 계단
- 2006-12-13
청아공원 천국의 계단
애써 차를 타고 광장까지 올라오지 않는다면 청아공원입구에 주차장이 있습니
다. 차를 파킹하고 나면 청아공원으로 올라오는 노란색 천막으로 친 돌계단이
보이죠. 짐작컨대 청아공원을 처음 만들 당시엔 자연석으로 조경한 멋진 자연계
단이라고 해서 돈도 훨씬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근데 이 자연계단이 눈으로 보긴 멋져도 올라다니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
다. 젊은 사람들도 발을 헛디디기 쉬운데 연세드신 어르신들에겐 더 불편한 계
단입니다. 보폭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이름은 천국의 계단이지
만 사실 지옥의 계단이었죠.
이 말로만 천국의 계단을 싹 고쳤습니다. 방부목이란 나무재료가 있습니다. 나
무외장재는 처음 보긴 괜찮아도 비맞고 바람에 오래 노출되면 썩어서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여러 가지 약품처리를 해서 썩고 상하는 속도를 일껀 늦춰놓은 나
무마감재라 해서 방부목입니다.
작년에 청아공원에 새단장한 화장실 올라가는 곳에 널찍하게 설치된 나무마감
재가 바로 이 놈입니다. 천국의 계단도 바로 이 방부목으로 싹 개비했습니다. 밑
에 깔린 자연석위에 사각모양의 긴 쇠파이프를 대서 지지대를 만든다음 방부목
으로 마감했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같은 너비로 만들지 않고 자연석이 놓인 모양대로 틀을 짜서 넓
은 계단은 넓고 좁은 계단은 좁습니다. 총 54층계. 계단숫자 역시 인위적으로 맞
춘 건아닌데 오르락내리락하면 108계단입니다. 저는 이걸 108가지 번뇌는 청아
공원에 떨쳐놓고 가시라는 영혼들의 뜻인 모양이라고 멋대로 해석하고 있습니
다.
there are two paths you can go by...
레드 제플린의 노래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 가사에 보면 당신이 갈 수
있는 2개의 길이 있다는 가사가 나옵니다. 청아공원에도 광장으로 올라가는 2개
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차도고 또 하나는 보행자통로인 천국의 계단입니다.
다음 방문때는 주차장에 차두시고 새로 만든 천국의 나무계단 한번 밟고 올라오
는 건 어떠신지요.
108번뇌를 떨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