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아공원 부사장님
- 2007-02-27
청아공원에는 부사장님이 한분 계십니다.
햇수로 다섯해를 눈이오나 비가오나 매일 출근(?)하시죠. 청아공원의 내력에 대
해선 저같은 신참직원이 피라미라면 부사장님은 월척숭어죠. 그래서 저희들이
부르는 호칭이 공원직제에는 없는 부사장님입니다.
청아공원에 아드님을 모신 부사장님은 아주 좋은 차를 타고 계셨답니다. 사진속
당신께서 타고 다니던 구형소나타를 아드님께 주셨는데 아드님을 앞세우신 뒤
로 차도 처분하시고 아드님이 타고다니던 차를 고집하신다는 겁니다.
부사장님은 청아공원에 오시면 모든 직원들하고 인사하고 아주 활달하게 다니
십니다. 어떨땐 다른 유족분들에게 청아공원 이용에 대한 안내도 해주시고 때론
민원상담도 해주시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청아공원 부사장님답게...
당연 청아공원에 애정을 가지고 계셔서 이것저것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구요.
이렇게 활달하신 부사장님이지만 아드님모신 방에 들어갔다 나오시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계시곤해서 말건네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올땐 순서가 있어도 갈땐 순서가 없다죠. 청아공원에 있으면 하루
에도 열두번씩 정말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않음을 알게됩니다. 부사장님이 청아
공원에 매일 오시는 건 유가에서도 제일 어렵다는 시묘(侍墓),
아드님시묘니까 역(逆)시묘인 셈이죠.
청아공원 부사장님은 바로지금 사랑한다고 말하고 손잡아주고 안아주고 해야한
다는 걸 무언으로 가르쳐주십니다. 내일하지뭐 했다간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변화무쌍 세상사니까요.
성현께서 나무는 조용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려 하
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부사장님 뵌김에 저도 지금당장
어른들께 전화한통 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