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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통신공지사항

공지사항

굿데이신문 김영복의 장례에세이 4월 22일자 기사
2003-04-24
[장례에세이] 호텔같은 납골당, 화장 선호도 높인다

이른 아침부터 추모관 앞 광장으로 관광버스 2대가 들어선다. 의정부의 어느 노
인단체에서 온천욕을 하러 가는 길에 견학차 들른 것이다.
 
"아니 웬 납골당이야, 우리 보고 빨리 죽으라는 거야. 난 화장(火葬)은 뜨거워서
싫어. 엄연히 아들이 있는데 왜 화장을 하느냐." 등등 안내자에게 못마땅하다는
푸념들이다. 나는 어르신들을 공손하게 추모관으로 모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던 분들이 추모
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아니 납골당이 뭐 이래, 납골당이야, 호텔이야? 김사장 이게 정말 납골당 맞아?"
정말 내가 기대했던 말들이 터져나왔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개그맨 고(故) 양종
철님. '우리의 소원'을 작사한 안석주 선생님.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 화장서약을 하고 미리 당신자리를 준비해두신 김일 선
생님 등등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르신들은 어느새 눈빛조차 달라졌다. 물론 800
∼1,200도나 되는 고열에서 시신을 태우는 화장을 생각하면 뜨거워서 싫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장의 경우 그 어둡고 습한 곳에서 갖가지 벌레, 뱀 등과 함께 영원히 계
실 것을 설명하면 생각은 달라진다. 언젠가 분묘개장식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런
데 놀랍게도 죽은 뱀 한마리가 시신을 둘둘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놀
랍고 기가 막힌 일인가. 이에 비한다면 화장과 납골은 정말 깨끗하고 안전한 장묘
문화가 아닌가 싶다.

장시간 어르신들에게 달라진 납골문화와 시설들을 설명해 드리며 아름다운 안치
단 모습과 손자손녀들이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쓴 하늘나라 편지, 고인
의 안치단에 예쁘게 진열해 놓은 가족 사진들을 보여드렸더니 다들 너무나 흐뭇
해하셨다.
 
어르신들은 "화장 후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하며 간편한 줄 몰랐다"며
사후에는 꼭 화장을 하겠다고 이구동성이다. 나는 버스를 타고 떠나시는 어른들
께 "다음부터는 화장 안한다고 떼쓰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김영복 화장문화연구회 회장